포르투갈 신임 대통령에 기자와 교수, 정치평론가의 다양한 경력을 지닌 마르셀루 헤벨루 지 소자(67) 후보가 당선됐다. 의원 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포르투갈에서 대통령은 외치를 전담하긴 하지만 중도우파 성향의 지 소자 대통령 당선자가 좌파 정부와 동거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헤벨루 지 소자 후보는 24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1차 투표에서 52.78%의 득표율을 기록해 결선 투표 없이 대통령 당선이 확정됐다. 역대 최다인 10명의 후보가 경합한 이번 선거에서 지 소자 당선자는 경쟁자인 좌파 사회당 안토니우 삼파이우 다 노보아 후보(22.17%)를 압도적인 차이로 따돌리며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다.
포르투갈에서 지 소자는 ‘마르셀루 교수님’으로 통한다. 신문사 기자로 활동하다 현재는 리스본대 법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TV에서는 정치 평론가로 활약하며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주의자로 중도우파 성향인 사회민주당의 창당을 도왔고 당 대표와 장관을 역임했다. 포르투갈 정계에서는 “좌우의 지지를 모두 받는 중도 성향 인물”, “쇼맨십이 강하고 대중 영합적인 정치인”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다.
지 소자의 당선은 좌파 정부를 견제하려는 유권자의 선택으로 분석된다. 포르투갈에서는 지난해 11월 사회당이 급진 좌파인 좌익블록, 공산당, 녹생당 등과 연대해 우파 총리를 실각시킨 후 의회를 장악했다. 이어 전임 전부가 추진한 긴축 정책을 완화하며 최저임금 인상, 복지 향상, 공무원 임금 인상을 공언했다. 포르투갈은 2011년 경제 위기에 빠졌을 때 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부터 780억(약 103조원) 규모의 구제 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긴축 정책을 수용했다. 이 때문에 반긴축 정책이 다시 재정 악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라 안팎에서 제기돼 왔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포르투갈 국민들이 좌파연합 정부에 대한 ‘균형추(counterweigh)’로 지 소자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포르투갈 정부는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가 절충된 이원집정부제로,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외교, 국방 등을 전담하고 의회가 선출한 총리가 내정을 전담한다. 대통령의 권한은 약하지만 의회 해산권과 법률 거부권으로 의회를 견제할 수 있다.
지 소자는 당선 소감에서 “포르투갈은 깊은 경제ㆍ사회적 위기로부터 점차 벗어나고 있다"며 "국가 통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 소자 당선자는 3월 9일 취임식을 거쳐 5년 임기의 대통령 직을 수행한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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