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과자 해고 허용한 ‘가이드라인’
징계ㆍ경영상 이유로 해고사유 제한한
상위 근로기준법 취지와 배치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인
‘사회통념상 합리성’도 판례 부족
해석 모호해 법적 분쟁 잇따를 듯
“헌법상 근로기준은 법률로 정해야”
한노총, 위헌심판ㆍ헌법소원 검토
국회서 “위법 시정” 제동 걸수도
고용노동부의 양대 지침 발표에 반발하는 민주노총 총파업 선포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23일 서울광장에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저성과자 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관련 양대 지침을 22일 전격 발표하면서 지침이 상위법과 어긋난다는 위법성 논란이 본격화하고 있다. 노동계는 지침에 대해 위헌심판소송을 제기할 방침을 밝혔고, 전문가들은 통상임금 사태처럼 법과 상충하는 지침을 실행할 경우 줄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4일 노동계에 따르면 먼저 업무능력 결여나 근무성적 부진을 사측이 해고 사유로 삼을 수 있게 용인한 ‘공정인사(일반해고) 지침’이 징계 또는 경영상 이유로 근로자 해고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취지에 위배된다. 지금껏 저성과자 해고 때 기업들이 굳이 징계해고 형식을 취한 것이 이런 이유에서였다. 정부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으로 제시한 ‘사회통념상 합리성’도 마찬가지다. 현행법이 명시적으로 ‘취업규칙을 근로자한테 불리하게 바꿀 경우 과반 노조 또는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규정한 것을 판례에서 차용하는 법리를 사용해 제약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류주형 민주노총 정책부장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은 법에 근로자 집단 동의 절차가 규정돼 있지 않은 일본에서 도입해 법원이 예외적으로 쓴 법리인데다 최근 이를 적용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유효를 판단한 사건이 드문데도 정부가 무리하게 일반화했다”고 지적했다.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은 “정부가 법률 대신 지침을 강행하려는 게 좀 더 손쉽게 상시적인 구조조정 체제를 도입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노동자와 사용자의 권리ㆍ의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두 지침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제정해야 할 것들”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정부가 개정해 발표한 양대 지침은 시행령이나 시행규칙도 아닌, 법을 시행하기 위해 정부가 내부적으로 마련한 업무처리 기준에 해당한다. 때문에 법원은 원칙적으로 지침의 법적 효력을 부정해 왔고, 현행법과 충돌하는 정부 지침은 소송으로 무력화되곤 했다. 통상임금이나 연장근로 수당 소송이 대표적이다.

고용노동부 예규에 해당하는 ‘통상임금 산정 지침’은 1988년 제정된 뒤 일선 사업장에서 통용돼 오다 2012년 9월 개정되면서 송사가 불거졌다. 법에 적시돼 있지 않은 정기상여금과 고정적 복리후생금 등을 고용부가 지침으로 통상임금에서 제외했고, 기업들은 이를 준용했다. 하지만 법원은 법 취지에 따라 노동계의 손을 잇달아 들어줬고 결국 2013년 12월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를 열어 통상임금 산정 기준을 판례로 남겼다. 연장근로 수당 소송도 정부지침을 법원이 뒤집은 사례다. 근로기준법은 주당 40시간과 12시간 내 연장근로만 허용하고 있는데도 정부가 임의로 1주일을 주중 5일로 해석해 추가 휴일근로 16시간까지 가능토록 지침을 만들었다가 소송을 불렀다. 결국 법과 지침 사이의 괴리를 메우기 위해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마련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런 맥락에서 양대 지침에 따라 개별 사업장에서 일반해고나 취업규칙 변경이 현실화할 경우 민사ㆍ행정소송이나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분쟁이 잇따를 가능성이 크다. 인사지침에 따른 해고의 부당성을 다투는 경우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구제절차를 밟거나 법원에 직접 해고무효 소송을 낼 수 있는데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재심 판정을 받아도 어느 한 쪽이 불복해 행정소송으로 번지는 경우가 상당수다. 취업규칙 지침에 따라 노조가 반대하는 임금피크제가 도입된 사업장에선 삭감된 임금을 지급하라는 사용자 상대 소송도 예상된다.

한국노총은 지침의 위헌 여부부터 다투겠다는 계획이다.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는 헌법 규정을 지침이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한국노총은 양대 지침에 대해 위헌심판소송을 낼 계획이다. 행정지침이 헌법소원 대상인지 여부에 대해선 사안마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달랐다. 2011년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과 이에 따른 단체협약 개선 요구에 대해선 행정기관 내부 지침이고 단체교섭에 직접 개입하거나 강제하는 게 아니라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각하한 반면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생에게 퇴직금 등 근로기준법의 주요 조항을 적용하지 않도록 한 고용부 예규엔 위헌 결정을 내렸다.

국회에서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국회 상임위원회는 부처가 제출한 대통령령ㆍ총리령 및 부령에 대해 법률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하고 행정기관장에게 위법한 내용을 시정하도록 통보할 수 있다.

이용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회 대외협력부장(변호사)은 “정부는 불법을 부추기는 지침 제정을 추진할 게 아니라 법과 판례에 따라 불법행위에 경종을 울려 현장의 혼란을 제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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