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방 소용돌이 ‘폴라 보텍스’
온난화 탓 제트기류 뚫고 남하
한반도에 머물며 추위 심해져
오늘도 최저 영하 21도… 내일 풀려
서울이 15년 만에 최저기온을 기록하는 등 전국이 한파로 꽁꽁 얼어붙은 이유는 차가운 고기압과 북극 한기가 동시에 한반도를 덮쳤기 때문이다. 한파는 25일까지 이어지다 26일부터 기온이 차츰 회복세에 접어들겠다.
24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수도권을 비롯해 충청, 경북 지역에는 한파경보가, 전남, 경남, 부산 등에는 한파주의보가 내려지면서 전국이 낮에도 영하권에 머물렀다. 한파경보는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5도 이하, 주의보는 12도 이하인 날이 2일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등에서 내려진다. 특히 서울은 2001년 1월(영하 18.6도) 이후 15년 만의 최저 기온인 영하 18도를 기록했다.
기록적인 한파는 지난 13일 중국 북부, 몽골지방에 있는 차가운 대륙 고기압이 한반도로 남하하면서 시작됐다. 여기에 북극에서 내려온 한기인 극(極) 소용돌이(폴라 보텍스ㆍpolar vortex)가 기압골 영향으로 계속 한반도 부근에 머물면서 추위가 극심해졌다.
폴라 보텍스는 북극과 남극의 대류권 중상부와 성층권에 존재하는 찬 기류다. 이 같은 거대 공기 주머니는 제트기류로 불리는 강한 바람대가 극 지역을 빠르게 돌면서 이동을 제한해 대체로 제자리에 머물러왔다. 그런데 지구온난화 등의 이유로 북극 해빙이 평년보다 많이 녹으면서 극지방과 중위도(위도 20~50도) 사이 기온 차가 줄어 제트기류가 약해졌고, 폴라 보텍스가 이를 뚫고 남쪽으로 내려왔다는 얘기다. 게다가 한반도 동쪽에 고기압이 자리해 찬 공기가 계속 머무른 것도 한파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1월 초까지 이어진 엘니뇨(적도 부근 해수면 온도 상승) 영향으로 2015년은 기상관측 이래 136년 만에 가장 온도가 높았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평년 기온보다 2도 이상 높아 1973년 이후 겨울철 최고 기온을 기록하는 등 이번 겨울 전체 평균 기온 역시 평년치를 웃돌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겨울마다 한반도를 찾는 대륙 고기압과 달리 북극 한기는 제트기류 약화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파는 25일에도 기승을 부리겠다. 전국 아침기온이 영하 21~4도 사이로 예상돼 출근길 따뜻한 옷차림에 신경을 써야 할 전망이다. 다만 26일부터는 전국 아침기온이 영하 12~2도로 올라가 평년 수준을 회복하겠다. 낮 기온도 영상권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김용진 기상청 통보관은 "한반도 서쪽으로부터 따뜻한 바람이 유입되는 화요일(26일)부터는 추위가 누그러지겠고, 당분간 큰 한파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장재진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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