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호가 카타르와 세계최초 8회 연속 올림픽 본선으로 가는 티켓을 다투게 됐다. 신태용(46)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은 24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카타르 SC 스타디움에서 끝난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요르단과 8강전에서 문창진(23ㆍ포항)의 선제골을 끝까지 지켜 1-0으로 신승했다.
‘전반 최강’ 신태용의 패스축구
생각대로 적절한 시점에 터져 나온 선제골이었지만 이후 흐름은 전혀 한국답지 못했다. 요르단과의 경기를 앞두고 “선제골만 넣으면 후반에 2~3골도 몰아칠 수 있다”던 신 감독의 호언이 무색한 경기 양상이었다.
한국은 전반과 후반의 경기력이 너무나도 달랐다. 전반은 빈 공간을 침투해 들어가는 신태용식의 빠른 패스축구가 빛을 발했다. 키 170cm대 초중반의 비교적 단신 선수들로 구성된 공격진은 최소화된 볼 터치로 짜임새 있는 패스 축구를 전개했다. 흡사 세계 최강 스페인 대표팀을 연상시킬 만큼 발군이었다.
결승골은 전반 23분에 나왔다. 권창훈(22ㆍ수원)이 올린 크로스에 요르단 수비진이 허둥대며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채 류승우(23ㆍ레버쿠젠)에게 연결돼 흘러나오자 문창진이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요르단의 골망을 갈랐다.
골 못지않게 중요했던 건 권창훈의 크로스였다. 요르단의 견고한 포백 수비 뒷 공간으로 빠르게 올린 크로스에 상대 수비수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당황했다. 순간 서로 머뭇거리며 볼을 흘리고 말았던 것. 실력으로 실수를 유발한 것이다. 이영표 KBS 축구해설위원은 “장신의 요르단 수비진은 뒷 공간에 대한 볼 처리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수비수 뒤로 빠르게 파고 들어간 크로스가 선제골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고 설명했다.
카타르전 열쇠, ‘후반 불안’ 극복해야
흠잡을 데 없던 전반전의 경기력이라면 내심 우승을 그려봐도 이상할 게 없었다. 문제는 후반전이다. 신태용호는 후반만 되면 이상하게 무기력해진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 첫 경기였던 우즈베키스탄(2-1 승)전부터 그랬고 다 잡았던 이라크(1-1 무승부)전도 후반에 큰 구멍을 노출했다. 요르단을 상대한 8강전 역시 이른바 ‘후반전 징크스’가 고스란히 재현됐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결국 8회 연속 올림픽 진출을 확정하기 위한 개최국 카타르와 한판승부는 후반전 경기력에 달려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 의미에서 요르단전을 좋은 보약으로 삼고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신태용호는 요르단이 후반 들어 수비적인 운영을 버리고 한국 진영에서부터 강하게 압박해 들어오자 조직력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패스미스가 속출하면서 잇따라 역습을 허용했다. 미드필드와 수비진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계속 위기에 몰렸다. 경기 후 연제민(23ㆍ수원)은 후반 들어 요르단에 고전한 이유가 체력 저하 탓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 같은 총체적 불안의 근원은 집중력 저하, 즉 심리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23세 이하 젊은 선수들인 만큼 분위기를 타고 꾸준히 유지해 나가야 했는데 후반 들어 주도권을 요르단에 내주고 끝내 반전시키지 못했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요르단이 분위기를 탔을 때 템포를 늦춰 끊어줬어야 했는데 그러지를 못했다”고 짚으며 “젊은 선수들 간의 경기에서 분위기 싸움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한 번 분위기를 잃고 빨리 회복하지 못했다. 그러나 내용과 결과 중에 굳이 하나를 꼽으라면 결과다. 내용이 썩 좋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이겼다는 것에 만족하고 요르단전을 교훈 삼아 다가올 카타르와 4강전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카타르와 준결승전은 27일 오전 1시30분 알사드 스타디움에서 펼쳐진다.
정재호기자 kem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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