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차기 대만 총통에 당선된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 주석을 압박하기 위해 대만행 관광객 수를 대폭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빈과일보는 중국 당국이 최근 11개 성(省)과 직할시에 3월20일부터 3개월여 간 대만행 관광객을 줄일 것을 통지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산둥(山東) 허베이(河北) 장쑤(江蘇)성은 대만행 관광객을 작년보다 3분의1로 줄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자격으로 대만을 방문할 수 있는 ‘자유여행’이 허용된 47개 도시 중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샤먼(廈門)을 제외한 도시들에서도 이 제도가 일시 중단될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여행업전국연합회 관계자는 “중국이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대만행 관광객을 30% 이상 줄일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는데 지난 한 달간 실제로 거의 절반이 줄었다”며 “중국이 관광객을 3분의1로 줄이면 대만 여행사와 호텔이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의 행보는 차이 당선인에게 대만 독립은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5월20일 총통 취임 전에 92공식(九二共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해석과 명칭은 각자 하기로 한 합의)을 인정하라고 압박하기 위한 압박 카드이다. 대만 독립 성향이 강한 민진당 주석인 차이 당선인은 92공식을 아직 공식 인정한 적이 없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강조한 92공식이 양안 관계의 전제라고 여긴다.
한편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누리꾼은 지난 21일 차이 당선인의 페이스북 계정에 대만 독립에 반대하고 ‘하나의 중국’을 주창하는 메시지 수만 건을 반복적으로 게시했다. 차이 당선인은 “자유 대만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문구로 이에 대응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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