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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왜 못쉴까… 역경 극복 성공담 중독, 쉴 때도 죄의식에 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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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왜 못쉴까… 역경 극복 성공담 중독, 쉴 때도 죄의식에 덜덜

입력
2016.01.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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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운 여러가지문제연구소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정운 여러가지문제연구소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정운(53) 여러가지문제연구소장은 ‘놀기’를 학문영역으로 끌어올려 센세이션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독일에서 사회심리학을 전공한 그는 주5일제가 도입된 10여년 전부터 가정과 사회가 무너지기 전에 좀 놀자고, 잘 놀자고 외쳤다. 그의 책 ‘노는 만큼 성공한다’가 나온 것도 2005년. 공명은 있었으나 파장은 그리 크지 않던 책은 2011년 주5일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해 지금까지 25만부가 팔렸다.

그렇다면 한국 사람들은 왜 못 놀까. 김 소장은 성공 강박증을 이유로 들었다. “짧은 시간 내 집약적 발전을 경험하다 보니 놀고 있으면 불안해지는 병에라도 걸린 것처럼 행동하는 게 한국 사람이다. 시간이 주어지더라도 전전긍긍하면서 이런저런 모임에 기웃거리고, 뭘 배우겠다고 조바심을 낸다.”

김 소장은 우리 사회나 사람들 인식이 휴식과 놀이에 대해 경직돼 있어 번아웃을 더 빨리 확산시켰다고 지적했다. 쉬는 시간에 공부하면 열심히 한다고 칭찬을 받고, 퇴근을 하지 않고 있으면 유능한 직장인으로 보는 게 사회 풍토에서 휴식은 뒤로 밀리기 일쑤다. 그러나 잘 쉬지 못하는 사람은 일도 잘 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소장은 “우리 사회가 역경을 딛고 성공하는 전형적인 영웅담에 중독된 탓에 열등감과 적개심을 키우고 있다”며 “사회도 사회지만 우리가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들어 번아웃에 몰아넣는 측면도 크다”고 지적했다.

그 역시 몇 년 전 심각한 번아웃을 경험했다. 그래서 2012년 대학교수직과 밀려드는 강연 등을 뿌리치고 훌쩍 일본으로 그림공부를 하러 떠났다. 당시 주위에서는 걱정이 많았지만 그는 오히려 홀가분한 기분이었다고 했다. “당시는 정말 번아웃 상태였죠. 몸이 피곤하면서 만사에 의욕이 사라졌는데, 특히 화가 많아지더군요. 요즘도 다시 좀 바빠지니까 또 짜증이 나려고 해요. 바쁜 이유를 잘 생각해 봐야 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일도 아닌, 남의 삶을 살 때 짜증이 나는 거죠. 내 삶의 주인이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채지은기자 cj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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