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교가는 22일 박근혜 대통령의 ‘6자 회담 무용론’과 ‘5자 회담 제안’을 놓고 하루 종일 혼선이 빚어졌다. 6자 회담을 폐기하고 별도 5자 회담을 하자는 것인지, 아니면 6자 회담 안에서 5자 회담을 갖자는 것인지가 불분명한데다, 당국자마다 설명이 달랐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날 외교부가 신년 업무보고에 앞서 사전 배포한 자료에는 이 같은 언급이 전혀 없었다. 외교부는 6자 회담의 틀을 창의적으로 활용해 북한 비핵화 및 행동 변화를 유도하겠다며 한미일, 한미중, 한일중 등 역내 3각 협의체제를 활성화하겠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이날 오전 11시를 넘어 박 대통령이 5자 회담 구상을 밝힌 사실이 알려지자 외교가는 거의 폭탄이 터진 듯했다. 사실상 6자 회담을 폐기한 것이란 해석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외교 안보라인도 진의 파악에 진땀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인사는 “외교안보 라인의 사전 보고 때는 이런 메시지가 없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5자 회담 제안이 사전에 협의나 조율단계를 거치지 않았을 가능성을 인정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업무보고 뒤 토론회에서도 ‘6자 회담은 필요 없다’는 취지의 얘기를 하며 “5자 회담을 위해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라”며 윤병세 외교장관에게 강하게 주문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5자 회담 구상에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실렸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6자 회담 무용론과, 북한을 배제한 5자 회담 구상은 사실상 ‘북한 붕괴론’을 염두에 둬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해석이 꼬리를 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파문이 커지자 청와대 내에선 박 대통령 발언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한 관계자는 “5자 회담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 차원에서 5자 회담 같은 창의적인 방법을 찾자는 뜻”이라고 말했고, 다른 관계자는 “6자 회담 무용론을 얘기한 게 아니다”고도 했다. 윤 장관까지 나서 ‘6자 틀 내의 5자 회담’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이들의 설명은 각기 달랐다.
중국이 박 대통령의 언급이 나온 지 6시간여 뒤 6자 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하며 사실상 5자 회담을 거부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청와대 내에선 당혹스러운 분위기까지 감지됐다. 결국 청와대는 이날 밤 9시30분께 대변인 서면 브리핑을 내고 “6자 회담 틀 내 5자 공조 강화를 통해 최대한 대북 압박을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결국 이날 하루를 뒤흔든 박 대통령 발언의 진의는 6자 회담의 틀을 유지하면서 5자간 비핵화 공조를 공고히 하겠다는 것으로 최종 정리된 것이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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