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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니뇨’는 다시 집을 떠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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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니뇨’는 다시 집을 떠날 것인가

입력
2016.01.22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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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도 토레스(32).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페르난도 토레스(32).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엘 니뇨(소년)’ 페르난도 토레스(32) 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소속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토레스에게 이번 달 안에 새로운 계약서를 제시하지 않는 이상 토레스는 올 시즌이 끝나면 무적신분이 된다.

원래 토레스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계약 기간은 이번 시즌까지다. 보통은 선수의 계약 기간이 만료된 이후에도 재계약을 진행해도 되지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현재 FIFA로부터 징계를 받은 상황이다. 특별한 반전이 없는 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2016년 여름 이적시장부터 2017년 여름 이적시장까지 영입 활동이 제한된다. 즉, 2016년 여름에 토레스의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그때 그를 다시 영입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사실상 2017년 겨울 이적시장이 열리기 전까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게 허락된 이적 시장 활동은 10일이 채 남지 않았다. 사실 아틀레티코 입장에서는 토레스가 그리 절박하지 않다. 앙투안 그리즈만(25)이 남부럽지 않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으며, 잭슨 마르티네즈(30), 루시아노 비에토(23), 앙헬 코레아(21) 역시 토레스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겉으로만 본다면 토레스와의 연장계약이 굳이 필요치 않은 모양새다. 비센테 칼데론의 상징이었던 토레스의 처지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어린 시절 팀의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장을 누볐던 페르난도 토레스. AP
어린 시절 팀의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장을 누볐던 페르난도 토레스. AP

1999년 우리 나이로 중학교 2~3학년 나이였던 토레스는 아틀레티코와 계약을 맺었다. 2001년 5월 첫 성인 무대에 데뷔한 토레스는 2002년 팀의 라 리가 승격의 기쁨을 함께 누렸다. 이후 열아홉 살이 된 토레스는 어린 나이에 팀의 주장 완장을 차고 홈 구장인 비센테 칼데론 곳곳을 누볐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 토레스는 리그 214경기에 출전, 82골을 넣었다. 유럽 다수의 클럽들이 토레스를 노렸지만 구단은 토레스를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2005년 첼시가 토레스를 영입하려 했으나 아틀레티코 회장 엔리케 세레소는 “이적은 없다”라고 못박았을 정도다. 그러나 2007~08 시즌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유럽 대회에 진출하지 못하게 되었고, 토레스는 스페인의 당시 리버풀 감독이었던 라파 베니테즈(56)의 설득으로 리버풀로 이적했다.

리버풀로 이적한 그는 데뷔전에서 첼시의 탈 벤 하임(34)을 제치고 완벽한 골을 성공시켰다. 잘생긴 외모에 금발을 휘날리며 폭발적인 스피드로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한 토레스는 안필드의 새로운 영웅으로 거듭났다. 팀 주장이었던 스티븐 제라드(36)와 좋은 호흡을 보이면서 제라드-토레스 라인이라는 새로운 공격 조합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후 2008~09 시즌에 리버풀을 리그 2위까지 끌어올리면서 리버풀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되었다. ‘소년’이었던 토레스는 리버풀에서 점점 ‘남자’로 성장해가고 있었다. 리버풀에서 리그 102경기에서 출전, 65골을 넣은 토레스는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2008년과 2009년에는 FIFA 월드 베스트 11 안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리버풀 시절 페르난도 토레스. AP
리버풀 시절 페르난도 토레스. AP

영원할 줄만 알았던 리버풀과 토레스의 사랑은 2010년 1월, 비극으로 끝났다. 팀의 주축이었던 사비 알론소(35)와 하비에르 마스체라노(32)의 이적, 그리고 리버풀이 자신의 야망을 채워주기에 부족하다고 느낀 토레스는 겨울 이적시장 끝물에 충격적인 이적 요청서를 제출하게 된다. 당시 감독이었던 케니 달글리시(65)는 무척 당혹스러워했지만 결국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며 토레스를 첼시로 이적시켰다. 단짝이었던 제라드는 “가슴이 찢어지는 심정”이라고 표현했다. 팬들의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5,000만 파운드라는 거액의 돈을 안겨주긴 했지만 팬들은 토레스의 유니폼에 불을 질렀다. 토레스는 “축구계에 로망은 없다”라며 리버풀 팬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첼시 시절 페르난도 토레스. AFP
첼시 시절 페르난도 토레스. AFP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첼시로 이적한 토레스는 리버풀에서 보여줬던 만큼의 폭발적인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다. 2011년 2월 6일, 드라마틱하게도 토레스는 리버풀을 상대로 첼시의 데뷔전을 치뤘지만 0-1로 패배했다. 그리고 첼시의 옷을 입고 데뷔골을 터뜨릴 때까지 무려 903분이 걸렸다. 웨스트햄을 상대로 3-0으로 이길 때 골을 넣었는데, 그의 첼시 첫 시즌의 성적표였다. 2011~12시즌이 첼시 시절 토레스의 인상적인 시즌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2012년 4월 24일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 리그에서 결승골을 꽂아 넣으며 팀의 결승행에 이바지했다. 그러나 리버풀 시절 토레스의 폭발력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그의 부활을 돕기 위해 로베르토 디 마테오(46), 라파엘 베니테즈(56), 조세 무리뉴(53) 감독들이 많은 시도를 했지만 쉽지 않았다. 토레스는 첼시에서 챔피언스리그(11-12), 유로파리그(12-13) 트로피를 들긴 했지만 리그 110경기에 출전에 20골에 그치고 말았다.

2014년 8월, 부진했던 토레스는 디에구 코스타(28)의 영입으로 설 자리를 잃고 이탈리아 세리에 A의 AC밀란으로 임대 이적했다. AC밀란은 부진한 토레스에게 많은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 토레스는 AC밀란에서 10경기에 출전, 1골에 그쳤다. 그가 어쩌다가 골을 넣으면 언론들은 일제히 ‘부활’ 을 외쳤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그 다음 경기에서는 부진했다. 이탈리아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무렵, 토레스의 ‘집’,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그를 다시 불렀다. AC밀란으로 이적한지 6개월만의 일이었다. AC밀란은 첼시로부터 토레스를 완전 영입했고 곧바로 토레스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임대 이적시켰다. 기간은 2015~16시즌이 끝날 시점까지였다.

AC밀란 시절 페르난도 토레스. AP
AC밀란 시절 페르난도 토레스. AP

다시 돌아간 집의 위상은 많이 바뀌어있었다. 중위권에서 유럽 대회 진출을 목표로 하던 팀은 라 리가와 챔피언스리그에서 타이틀 경쟁을 벌이는 팀으로 변모해있었고, 같이 뛰던 큰 형인 디에고 시메오네는 이제 감독으로서 헤르만 부르고스와 오스카 오르테가 코치와 함께 팀을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팬들은 ‘소년’의 복귀에 열광했다. 구단에서는 토레스의 복귀 환영 행사를 열어줬고 4만5,000명의 관객이 그의 귀환을 반겼다. 곧바로 토레스는 팬들의 기대에 반응했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코파 델 레이 16강 2차전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2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그 이후, 토레스는 좀처럼 예전의 모습을 찾지 못했다. 특유의 순간 스피드로 수비수를 따돌리는 장면을 찾아볼 수 없었고, 결국 해당 시즌의 주전 스트라이커는 토레스가 아닌 마리오 만주키치(30)의 몫이었다.

다시 아틀레티코로 귀환한 페르난도 토레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다시 아틀레티코로 귀환한 페르난도 토레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2014~15 시즌이 끝나고 2015~16시즌이 시작되면서 만주키치가 유벤투스로 이적했다. 그가 입고 있던 9번 셔츠가 다시금 토레스에게 돌아갔다. 2015~16시즌의 아틀레티코는 영입된 잭슨 마르티네즈와 함께 비에토, 코레아, 그리고 토레스가 공격진을 구성했다. 시메오네 감독은 토레스를 살려보려고 기회를 줬다. 토레스는 에이바르 전에서 2골을 넣는 등 예전의 기량을 회복하는 듯 했지만 이후에는 별 다른 활약이 없었고 현재는 부상속에 경기장에 조차 나오지 못하고 있다. 돌아온 아틀레티코에서의 그의 성적은 리그 35경기 출장, 5골 만을 기록하고 있다. 팀의 우상을 다시 살려보겠다는 명분과 ‘정’만으로 토레스를 계속 기용하기에 구단은 너무 성장해버렸다.

축구 인생의 희로애락을 겪고 황혼기에 접어든 토레스는 지금 갈림길에 서있다. 그러나 어떤 길을 가느냐는 자신의 의지보다는 디에고 시메오네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의지에 달려있는 것처럼 보인다. 토레스의 입장에서는 집을 떠나기 싫을 것이다. 토레스의 에이전트는 “중국 구단쪽을 포함한 세계 8개의 구단에서, 최고 연봉수준의 제의들이 들어와 있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모든 것은 구단에 달려있다. 시메오네와 토레스와의 대화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레스가 이달 안에 계약을 성사시키지 않더라도 그는 여름까지 구단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집을 떠날 사람이자 팀에 실질적인 영향력이 없는 사람이, 남은 기간 동안 어떤 동기 부여를 가질 수 있을 지 의문이다.

페르난도 토레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페르난도 토레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축구판에는 더 이상 드라마란 없다’라고 공공연하게 말했던 토레스. 어쩌면 지금 시점에서 그는 아틀레티코와의 드라마틱한 재계약을 바라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는 다음 시즌 어떤 유니폼을 입고 있을까.

박기수 인턴기자(한국외대 스페인어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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