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개장 행사를 하게 된 것만으로도 기적과 같은 일입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 경기가 열릴 강원 정선군 가리왕산 하봉에 위치한 알파인 경기장이 22일 드디어 첫 선을 보였다.
조양호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은 정선 알파인 경기장 개장을 두고 ‘기적’이라는 표현을 수 차례 반복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 동안 정선 알파인 경기장 건설에 대해 여러 악재가 겹쳐 개장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가리왕산 환경 훼손 논란과 이상 고온, 겨울 우기 등으로 제때 공사를 마무리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여기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스키연맹(FIS) 등도 대회 개최 준비에 물음표를 던졌다.
그 동안 조 위원장은 ‘Korea can do it’이라며 직원들을 독려했고 현장 건설관계자들은 연말 연시도 반납한 채 24시간 교대 근무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강원도 등도 이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군 장병들까지 동원돼 ‘정선의 작은 기적’을 만들어냈다. 조 위원장은 “추위를 싫어하는 내가 이번처럼 한파를 반기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며 그간의 마음 고생을 에둘러 표현했다.
강원 정선군 북평면 일대 183만㎡ 규모로 건설중인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총 사업비 1,723억원이 투입됐고 관중 수용 규모는 약 6,500명이다. 총 활강 코스는 2,648m, 표고차는 825m로 설계됐다. 선수들은 골인 지점까지 최고 시속 160㎞의 속도로 1분40초대에 슬로우프를 탄다.
내달 6일부터 이틀 동안 이곳에서 첫 테스트 이벤트로 2016 아우디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스키 월드컵 대회가 열린다. 조직위는 첫 테스트 이벤트에 앞서 이날 정선 알파인 경기장 개장 행사를 개최했다.
2014년 5월 착공해 2017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현재 67%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이날 공개된 경기장은 슬로프와 곤돌라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공사가 한창이었다. 하지만 슬로프의 눈 상태와 외부 바람 소리도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정숙한’기능의 곤돌라의 성능은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했다.
곤돌라를 타고 25분 가량 오르자 해발 1,370m의 가리왕산 하봉 알파인 경기출발지점에 도착했다. 이날은 경기 코스에 대해서는 일반인 진입이 허용되지 않고 연습코스만 오픈 됐다.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활강 코스 전체 길이가 2,852m로 소치 올림픽 활강 코스 3,495m 보다 600m 가량 짧다. 이 때문에 코스 자체가 너무 단순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조 위원장은 “많은 테크닉이 필요하도록 코스가 설계돼 선수들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코스지만 관중들이 경기를 보는 재미는 더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곤돌라를 타고 내려다 본 활강 코스는 좌우 경사 변화가 심해 한눈에도 난코스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군터 후아라 FIS 기술고문도 “정선 알파인 코스는 외국의 다른 월드컵이나 올림픽 코스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며 “아름다운 지형과 여러 곳의 점프, 선수들이 최대의 속도를 낼 수 있는 곳이 적절히 배합됐다”고 높이 평가했다.
조직위는 내달 6일 열릴 첫 테스트 이벤트 준비는 모두 마쳤다. 지난 20일 FIS가 슬로프의 눈 깊이와 상태, 곤돌라 등 국제적인 기준이 충족됐다며 정선 알파인 경기장 코스를 공식 승인했기 때문이다. 테스트 이벤트인 2016년 아우디 FIS 알파인스키 월드컵대회에는 이날 현재까지 독일, 미국,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 17개국 84명이 출전신청을 마친 상태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평창올림픽 코스 점검을 위해 총 출동하는 만큼 유로스포츠와 CNN 등 57개 매체에서 247명의 기자를 파견한다.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이번 테스트 이벤트는 세계적 수준의 알파인스키 대회를 운영해본 경험이 없는 우리나라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다른 경기장 건설 역시 올해 안에 다 마무리될 예정이어서 시설 건설 문제로 인해 올림픽 개최에 차질을 빚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안전 펜스 설치도 한창이다. 조직위는 “의료용으로 필요한 헬기도 산림청이나 군부대 등을 통해 준비할 계획이다. 설 연휴와 맞물려 치러지는 만큼 선수들의 수송 대책도 특별히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정선=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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