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통념상 합리성’ 따져 효력 판단
국내 일반적 상황 등 6개 기준 제시
정부가 22일 발표한 취업규칙 변경 완화 지침에는 근로자가 거부하더라도 사측이 취업규칙을 바꿀 수 있는 근거가 담겼다. 임금피크제 도입을 쉽게 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기존의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 지침’에 ‘정년 60세 시대 임금체계 개편에 따른 취업규칙 변경 판단’ 부분을 추가했다.
개정된 지침은 임금피크제의 경우 근로자의 과반 동의를 받지 못하더라도 판례가 인정하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에 따라 변경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판단 기준이 곧 ▦근로자의 불이익 정도 ▦사용자 측의 변경 필요성 ▦변경된 취업규칙 내용의 적당성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 여부 ▦노동조합 등과의 충분한 협의 노력 ▦동종 사항에 관한 국내 일반적인 상황 등 6가지를 제시했다.
예를 들면 고령화 촉진법의 입법 취지를 해칠 정도로 임금이 낮거나, 추가된 정년까지 받는 임금 총액이 연장 전 정년까지 받게 될 총액보다 적을 경우, 정년 60세 연장은 보장하지 않으면서 임금만 낮추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불이익이 너무 크다고 할 수 있다. 즉 이런 식의 임피크제를 근로자의 동의 없이 도입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아 허용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또 변경 후 임금 수준이 비슷한 규모의 다른 동종 기업보다 낮지 않고, 임금 감소에 따른 근로자의 불이익을 최소화해야 취업규칙 변경 내용의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또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응해 다른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등 보상이 있거나, 노사가 실질적인 합의 노력을 했는지 등도 종합적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요건을 충족되면, 근로자가 거부하더라도 사측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게 됐다. 고용노동부는 “법원은 1970년대부터 일관되게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판단해왔다”며 “이 부분은 근로자의 동의권을 남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극히 예외적으로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근로자들이 반대하는 임금피크제를 강제도입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침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정부가 현장에서 적용되는 행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어서, 근로감독관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둘러싸고 노사 갈등이 발생하면 이 지침을 근거로 정당성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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