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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무 강선영 별세…전통춤 마지막 1세대 역사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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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무 강선영 별세…전통춤 마지막 1세대 역사 속으로

입력
2016.01.2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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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한국무용협회장, 예총회장을 지낸 전통춤 명가 강선영씨. 한국일보 자료사진

중요 무형문화재 92호 태평무 명예보유자인 명가(明嘉) 강선영(姜善泳) 선생이 21일 오후 8시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91세.

경기 안성에서 태어난 고인은 근대 전통춤의 거장 한성준(1875~1941) 선생의 제자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였다. 이로써 지난해 8월 별세한 이매방(1927~2015)과 함께 해방 후 한국 전통춤 1세대가 모두 사라졌다.

고인은 13세에 어머니 손에 이끌려 한성준 선생을 만났고, 15세에 한성준 고전음악연구소에 들어가 무용 공부를 시작했다. 백조부 강경수가 예인을 뽑아 궁중에 들여보내는 궁중의전실 재인담당관이었는데, 이 때문에 스승 한성준을 ‘선생님’ 대신 ‘할아버지’라 부르며 춤을 배웠다. 본명은 강춘자(姜春子). 태평무를 비롯해 한량무, 승무 등 스승이 만든 한국 전통춤을 배워 전승했고 국립무용단장, 한국무용협회 이사장,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장, 14대 국회의원을 지내며 전통무용인들의 권익을 높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원 성기숙 교수는 “태평무는 왕과 왕비가 나라의 태평을 기원하는 춤을 재현한 것으로 일제강점기 한성준의 문화 독립투사적 의식이 반영된 것”이라며 “이 춤이 손녀 한영숙과 제자 강선영으로 전승됐다”고 설명했다. 한성준 생존 당시 왕 역할로 주로 췄던 한영숙의 춤이 정갈하고 단아했다면, 왕비 역이었던 강선영의 춤은 역동적이고 호방하다는 평을 받았다.

한영숙은 1969년 승무로 개인 무형문화재에, 강선영은 1988년 태평무(왕비 독무)로 무형문화재에 지정됐다. 고인은 생전 인터뷰에서 “할아버지(한성준)가 걸어다닐 때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장단을 두드리며 거기에 맞춰 걸었는데, 그 걸음이 태평무 발 딛는 춤이 됐다”며 “춤사위 근본은 경기도 도당굿부터 진쇠ㆍ터벌림 등 까다로운 무속 장단과 다양한 발디딤새를 통해 왕과 왕비가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춤으로 만들었지만 나라 빼앗긴 춤꾼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소망도 깃들어 있다”고 말했다.

고인은 1960년 강선영무용단을 창단해 한국 무용인으로는 처음 참가한 파리 국제민속예술제를 시작으로 400여 차례에 걸쳐 한국 무용의 춤사위를 세계 각국에 선보였다. 170개국을 돌며 1,000회 이상 공연을 해 한국 무용가 중 가장 많은 나라에서 가장 많은 공연을 한 기록을 세웠다.

태평무를 추는 강선영씨. 한국일보 자료사진
태평무를 추는 강선영씨. 한국일보 자료사진

1963년 서라벌 예술대학 무용과 강사를 시작으로 한양대, 세종대, 한국예술종합학교, 중앙대 등에서 제자를 가르쳤고, 1988년 개인 재산을 털어 안성에 태평무전수관을 개관해 춤 꾼을 발굴했다. 태평무보존회를 통해 키운 이수자만 수백 명에 이른다. 2013년 태평무 명예보유자, 2014년 한성준의 한량무로 서울시형문화재 제45호에 지정됐다.

88세이던 2013년에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80년 춤인생을 기념하는 공연을 열어 제자들과 함께 직접 무대에 오르는 등 고령에도 꺼지지 않는 예술혼을 보여줬다. 국민훈장 목련장(1973), 문화예술상(1976) 등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태평무 의상 디자이너인 딸 이남복씨가 있으며, 장례는 사단법인 한국무용협회장으로 치른다. 빈소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발인 25일 오전 7시, 장지는 안산 태평무전수관. (02)2072-2091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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