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력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국 배치를 공식 권고하는 보고서를 냈다. CSIS는 그제 공개한 ‘아시아ㆍ태평양 재균형 2025’에서 “한국이 미사일방어 시스템을 독자 개발하는 데는 수십년이 걸린다”며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감안할 때 사드는 중요한 방어 역량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미 의회가 국방부에 아시아ㆍ재균형 전략을 평가하는 독립적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주문한 데 따른 것이어서 사드와 관련한 미 국방부의 최종 입장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도 조만간 이 보고서가 논의될 예정이다.
사드가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에 얼마나 유용한지는 접어두더라도 미국 정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CSIS가 이 시점에 다시 사드 배치 필요성을 들고 나온 것은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여러 차례 지적한 것처럼 북한이 수소탄이라고 주장하는 4차 핵실험을 감행하도록 북핵 문제를 방치한 데는 미국의 책임이 적지 않다. 북핵 대화를 거부하며 ‘전략적 인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는 ‘아무 전략도 없는 북한 무시이자 회피’로 드러났다. 그 동안 핵 문제 해결에 아무 의지도 보이지 않다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자 기다렸다는 듯 사드 배치를 들고 나오는 자세는 오해와 의심만 살 뿐이다. 그간 미국이 사드 배치라는 명분을 위해 과도하게 북한 위협론을 부각시킨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강력한 대북제재를 도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드 배치는 현실적으로도 득이 되지 않는다. 국제사회는 지금 대북제재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을 설득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엔 안보리가 결의안 문구를 놓고 다음주부터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하지만 제재의 수위를 결정하는 것은 사실상 중국이다. 이런 마당에 중국이 자신을 겨냥한 것이라며 한사코 반대하는 사드 배치를 언급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중국 협박용으로 사드를 거론하는 것도 불신을 초래하는 자충수가 될 뿐이다.
미국 정가에서 북한 핵시설 선제타격론, 김정은 정권 교체 등 대북 강경론이 분출하고 있는 것은 이런 측면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자위권 차원에서 북한 핵시설을 공격한다 하더라도 북한의 보복 도발을 우리가 감당할 수 없음은 분명한 현실이다.
물리적 대응이 심정적으로는 시원하게 들릴지 모르나 지금은 중국을 움직일 수 있도록 어느 때보다 주도면밀한 외교를 펴는 게 급선무다. 강력한 대북제재가 북한 체제위협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자신의 이익과 배치된다는 중국의 논리를 바꿀 수 있는 전략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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