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1일 북한의 생화학 테러와 사이버 테러 등 비(非) 군사 도발 가능성을 경고하고 철저한 대비책 마련을 지시했다. 박 대통령이 북한의 생화학ㆍ사이버 전력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걱정을 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핵실험에 대한 대북 제재가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북한이 교묘한 방식의 추가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에 따른 것이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정부ㆍ지방자치단체의 안보 태세를 점검하는 중앙통합방위회의를 주재하면서 “북한은 수천 톤의 화학무기와 탄저균ㆍ천연두 등 10여 종 이상의 생물학 작용제를 보유 중”이라고 언급한 뒤 “생화학무기 공격은 예측이 힘들고 대규모의 국가적 재앙을 초래하며 피해 복구에 엄청난 예산과 노력이 소요된다”고 우려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북한은 1990년대부터 사이버 전쟁 전문 인력을 양성했고, 현재 수천 명의 사이버 전문 부대원을 운용하는 등 상당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사이버 공격을 즉각 차단하지 못하면 단시간에 국가 기능이 마비되고 국민적 공포가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의 대남 도발과 군사적 위협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어 한반도의 안보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북한의 생화학ㆍ사이버 전력은 익히 알려져 있지만, 박 대통령이 직접 이 문제를 거론하며 우려를 나타낸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 청와대는 15일에도 정연국 대변인 이름의 서면 자료를 갑자기 내 “북한을 철저히 감시하고 높은 경계태세를 유지하는 등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청와대의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정보당국이 북한의 심상치 않은 도발 징후를 포착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정부가 안보 위기 여론을 부풀리려 한다고 의심하는 시각도 일부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노란색 민방위복 점퍼 차림으로 중앙통합방위회의를 시작하면서 “오늘이 1968년 1ㆍ21 사태가 발생한 지 꼭 48년이 되는 날”이라고 말했다. 김신조 등 북한 특수부대원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청와대를 기습하려다 실패한 사건을 언급한 것이다. 중앙통합방위회의는 박 전 대통령이 1ㆍ21 사태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해 1968년 처음 주재한 뒤 거의 매년 열렸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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