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신태용(46) 감독에게 행운이 따르는 것일까. 한국 대표팀이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위한 관문인 8강전에서 요르단을 만나게 됐다.
요르단은 21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조별리그 D조 호주와의 최종전에서 0-0으로 비겨 조 2위를 확정했다. 이로써 C조 1위인 한국은 23일 오후 10시30분 요르단과 8강전을 펼치게 됐다.
‘수비축구’ 공략, 자신 있다
당초 요르단은 신태용 감독이 염두에 두지 않던 상대다. D조에는 아시아권 편입 후 맹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호주(조 3위)와 저력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ㆍ조 1위)이 버텼다. 요르단은 객관적인 전력상 조 3위권으로 신 감독의 시야에서 비껴나 있었다.
그런데 컨디션을 제 때 끌어올리지 못한 호주가 탈락하면서 한국에 뜻밖의 호재가 날아들었다. 8강 상대가 요르단으로 결정되자 신 감독은 “호주가 전력의 70%밖에 발휘하지 못했다”며 “요르단이 호주보다 편하다”고 말했다.
유럽식 축구를 구사하는 호주보다 요르단이 상대하기 용이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신 감독은 “요르단전은 선제골이 중요하다”면서 “선제골만 넣는다면 후반에 2~3골을 추가로 넣을 수도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요르단 축구는 전방 공격수가 파워풀하고 신체조건이 좋다. 수비진도 장신이다. 조별리그에서 드러난 전력상 대체적으로 파워축구를 구사한다는 게 신 감독의 분석이다.
이를 바탕으로 강력한 수비축구를 구축했다. 요르단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도 패배(1승2무)가 없을 뿐 아니라 3경기를 단 1실점(최소 실점 타이)으로 마친 짠물축구를 자랑했다. 1차 예선전(2승1무)을 포함해 지난 6경기 동안 4실점으로 경기당 0.67점밖에 내주지 않았다.
한국으로선 안 좋은 기억도 있다. 2014년 오만에서 열린 AFC U-22 챔피언십 3-4위전에서 이광종(52) 감독이 지휘한 한국은 요르단을 맞아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2-3으로 무릎을 꿇었다.
날선 신태용의 ‘창’
신 감독이 선제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배경이다. 비기기 전략으로 일관했던 호주전에서 여실히 드러났듯 요르단은 선제골을 넣을 경우 지저분한 ‘침대축구(부상 등을 이유로 그라운드에 누워서 시간을 끄는 행위)’로 상대를 곤혹스럽게 할 수도 있어서다. 결국 창과 방패의 대결에서 창이 역습에 대비하면서 얼마나 이른 시간 내에 방패에 타격을 입히느냐의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 감독은 “중동의 침대축구에 말려들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먼저 골을 넣고 침대축구를 할 수 없게 경기를 장악해야 할 것”이라며 “2선 공격수들이 침투를 잘 하면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 요르단의 신체조건이 좋지만 우리가 어떻게 하면 돌파할 수 있는지 나름대로 파악했다. 이미 요르단의 수비 공략법이 머리에 있다”고 강조했다.
신 감독의 호언처럼 한국은 조별리그 골득실이 +6(8득점 2실점)으로 일본(7득점 1실점)과 공동 1위였다. 1차 예선전의 ‘+12(12득점, 0실점)’ 퍼펙트 행진까지 더하면 6경기 평균 3.3득점, 0.3실점을 기록한다. 내용적으로는 불필요한 볼 터치를 최소화하는 신태용식 축구 스타일이 경기를 거듭할수록 빛을 발하고 있고, 중앙에서 뒷선 공간을 침투해 들어가는 패스 축구가 위협적이라는 평가다.
주전ㆍ비주전간 전력 차가 크지 않으며 일찌감치 8강을 확정 짓고 아낀 주전들의 체력도 우위다. 요르단은 마지막까지 호주와 총력전을 치르고 이틀을 쉰 뒤 더운 낮 경기(현지시간 오후 4시30분)로 한국을 상대해야 한다.
올림픽대표팀간 역대 전적 또한 2승3무로 한국의 일방적인 우세다. 아직 다 보여주지 않았고 8강부터가 총력전이라던 신태용호가 요르단을 제물로 8회 연속 올림픽으로 가는 문턱에 섰다. “의욕이 대단하다. 8강에서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국민들이 뭘 원하는지 안다”는 신 감독의 출사표가 듬직하다.
정재호기자 kemp@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