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구직 사이트로 유명한 ‘알바천국’ 상호가 고유 상표로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에 따라 그 동안 수많은 채용 사이트가 널리 써 왔던 ‘알바천국’ 표현을 앞으로는 함부로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알바천국 홈페이지 운영업체인 미디어월네트웍스가 ‘알바천국’ 서비스표 등록 거절을 취소해 달라며 특허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2000년 ‘아르바이트 천국’ 홈페이지를 개설한 미디어월네트웍스는 2008년 사이트 이름을 ‘알바천국’으로 변경하고 서비스표를 등록하려 했다. 그러나 특허청은 “상표법상 식별표지가 아니라 ‘기술적(記述的) 표장’에 해당한다”며 거절했다. 직업 알선이나 취업 정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소를 뜻하는 일반적 표현으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아르바이트를 하기에 좋은 곳’을 소개하거나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는 암시를 줄 수 있긴 하지만, 서비스업의 성질을 표시하는 것으로까지 인식된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알바천국’을 독점배타적으로 쓰게 하는 게 공익상 부당하다는 사정이 없다”며 “서비스표 등록을 허용하라”고 주문했다.
대법원은 “10년 이상 수많은 취업정보 사이트가 알바천국 이름을 써 온 탓에 관용적 표현이 됐다”는 특허청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2심 특허법원도 “소규모 알바천국 사이트가 200곳 이상 생긴 게 오히려 기술적 표장이 아님을 보여준다”며 “원고의 인지도에 편승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결국 알바천국을 식별표지로 썼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었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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