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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서명정치’에 딜레마 빠진 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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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서명정치’에 딜레마 빠진 여권

입력
2016.01.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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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처리도 못하고, 서명 참여도 못하는 與

대통령의 서명, 긍정 평가했던 국민의 당

하루 만에 부정 평가로 바뀌어

원유철(가운데)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원유철(가운데)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활성화 입법촉구 서명에 힘을 보태려는 여권이 딜레마에 빠졌다. 법안처리로 확실하게 화답하자니 협상파트너인 야당이 묵묵부답이고, 서명에 동참하자니 입법 주체가 스스로에게 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논리적 모순이 생기기 때문이다. 반면 박 대통령의 서명 참여를 놓고 더불어민주당은 연일 맹공을 퍼붓고, 국민의당은 하루 만에 평가를 뒤집는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에 따르면 지난 19일 원내대책회의 비공개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서명과 관련해 당 소속 의원들도 서명에 참여할 지 여부를 놓고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황교안 국무총리와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박 대통령이 서명한 다음날인 19일 동참했다. 회의에 참석한 여권 관계자는 “회의 말미에 한 참석자가 ‘대통령도 서명에 참여하는데 우리도 동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꺼냈다”며 “하지만 법안 처리 압박을 받는 국회의원들이 스스로를 압박하는 서명에 참여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와 진전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원유철 원내대표는 “좀 더 지켜보자”며 ‘유보’결정을 내리고 회의를 끝낸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입장에선 협상상대인 야권 분열로 법안처리에 속도를 낼 수 없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서명 참여를 옹호하는 것 말고는 뾰족하게 힘을 보탤 방법이 없다. 앞서 원 원내대표는 19일“대통령이 오죽하면 서명운동에 참여했겠나, 우리도 책임이 크다”고 옹호했고, 권성동 전략기획본부장은 당원들에게 보내는 현안보고를 통해 “대통령이 오죽 답답했으면 직접 서명까지 하게 됐을 지 너무나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더민주는 대통령의 행보를 ‘관제데모’로 규정하며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의 서명운동 동참은 참으로 어이없는 일로 입법에 관해 국회, 야당과 대화하고 설득할 의무를 저버리고 국정을 총괄ㆍ조정할 지위를 망각한 처사”라며 “이승만 박정희 정권 시절 자주 있던 관제 데모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역사적으로 관제데모는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고 총선용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더민주의 이 같은 맹공은 4월 총선을 앞두고 야당에 대한 설득작업 없이 거리로 나가‘국회 탓’만 하는 대통령의 실정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국민의당은 19일만해도 “경제를 살리기 위한 대통령으로서의 책임감을 느꼈다”(최원식 대변인)고 박 대통령의 서명을 긍정 평가했으나, 하루 만에 “대통령이 길거리로 나간 것은 웃음거리”라고 비판하는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 구설에 올랐다. 안철수 의원은 20일 기획조정회의에서 “지금 대한민국 시계는 멈췄다. 무능한 여야, 국회 탓만 하는 대통령이 각자 주장만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어제는 더민주와, 오늘은 새누리와 거리를 두는 식의 행보다. 이 같은 국민의 당의 좌충우돌 행보를 놓고 당의 노선과 이념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나오는 필연적인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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