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초등생 사건 실체 윤곽
최씨, 술 마시고 2시간 넘게 폭행
의식 잃고 방치된 후 다음날 사망
부인은 시신 훼손 유기 적극 가담
훼손 전 치킨 시켜 먹는 등 ‘엽기’
경찰, 최씨에 살인죄 적용 검토
최모(사망 당시 7세)군은 술에 취한 아버지(34)의 2시간이 넘는 폭행에 끝내 숨을 거뒀다. 폭행을 견디지 못해 몇 번이고 아버지와 어머니를 불렀지만, 외면당했다. 최군의 울부짖음에도 이웃은 그저 그런 가정 폭력으로 치부한 채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최군 죽음의 1차적 책임은 부모에게 있지만 이웃의 아동 학대에 철저히 무관심했던 우리 사회도 이번 사건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관련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아동 학대 방지를 위한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최군과 같은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20일 경기 부천 원미경찰서에 따르면 최군의 어머니 한모(34)씨는 경찰 조사에서 “2012년 11월 7일 오후 남편이 안방에서 아들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엎드리게 한 상태에서 머리를 발로 차 바닥에 부딪치게 하는 등 2시간여에 걸쳐 폭행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한씨로부터 “폭행 다음날(2012년 11월 8일) 오후 5시쯤 남편으로부터 ‘아들이 이상하다. 빨리 와봐라’는 연락을 받고 30분 후 회사에서 일찍 퇴근해 집에 와보니 아들이 숨져 있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경찰은 최군이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한 뒤 방치되다 다음날 사망한 것으로 보고 최씨에게 살인죄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최씨는 경찰이 한씨 진술을 토대로 집중 추궁하자 아들을 폭행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구체적인 것은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는 그 동안 “아들이 2012년 욕실로 끌려가다 넘어져 다쳤고 한달 뒤 숨졌다”는 거짓 진술을 반복해왔다.
최군은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한 뒤 거실 컴퓨터 책상 의자에 앉았다가 의식을 잃었고 방치되다 다음날 오후 5시에서 6시 사이에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최씨 부부는 폭행 당일 함께 밤새 술을 마셨고 다음날 오전 한씨는 출근하고 최씨는 오후 5시까지 잠을 잔 것으로 확인됐다. 최씨는 “잠에서 깨 책상에 쓰러진 아들을 꼬집어 보니 (의식은 없었지만 신체)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지만 이 역시 신빙성이 낮다고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최씨가 아들의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하는 과정에 한씨도 적극 가담한 것으로 보고 한씨에게 아동복지법 위반에 사체 손괴와 유기 혐의를 추가해 적용할 방침이다.
한씨는 최군이 사망한 당일 딸(10)을 데리고 친정에 갔다가 다음날인 2012년 11월 9일 혼자 집으로 돌아와 최씨와 함께 아들 시신 일부를 집 밖에 버리는 등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21일 최군이 숨지고 시신이 훼손된 부천 집에서 현장검증을 진행한 뒤 22일 최씨 부부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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