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대못… 지능형 설비 개발해도 출시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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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대못… 지능형 설비 개발해도 출시 못해

입력
2016.01.20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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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 ‘트라이앵글 장벽’ 보고서

“전기자전거ㆍ에너지저장장치…

40개 사업 기술력 사장될 위기에

세계와 경쟁 위해 대수술 필요”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전기 자전거가 보급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출퇴근이나 등하교 때 자전거를 이용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전기자전거로 등하교 하는 모습을 찾기 힘들다. 이유가 따로 있다.

국내에서도 전기자전거를 구할 수 있지만 청소년들이 등하교 때 탈 수 없다. 모터가 달려 있다는 이유로 오토바이나 스쿠터 같은 원동기로 분류돼 면허를 획득해야 하고 미성년자는 타지 못한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정부 규제가 전기자전거 발전과 편리한 생활을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이다.

알톤스포츠의 전기자전거 '알톤 시티'. 국내에서 전기자전거는 모터가 달렸다는 이유로 오토바이와 같이 분류돼 타려면 성인이 돼 면허를 따야 한다. 알톤스포츠 제공

비단 전기자전거 뿐만 아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일 ‘신사업의 장벽, 규제 트라이앵글과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새로운 세계시장 선점 경쟁에서 우리 기업들이 낙오되지 않도록 규제의 근본 틀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 트라이앵글은 정부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사업에 착수할 수 있는 사전규제, 정부가 정해준 사업영역이 아니면 불허하는 규제, 융ㆍ복합 신제품도 안전성 인증기준이나 적절한 분류 기준이 없어 제때 출시하지 못하는 규제 인프라 부재를 말한다.

이 같은 규제 때문에 사물인터넷(IoT), 3차원(3D) 프린팅, 지능형 설비 등 기업들이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애써 준비한 40가지 신산업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한 자전거업체 관계자는 “일각에서 우려하는 급발진 사고 등의 안전성 문제는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이미 개발돼 있는데도 정부가 일부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의식해 전기자전거 분류체계 개선 논의를 계속 미루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예를 들어 3D 프린터로 제작한 인공장기나 의수ㆍ의족 등은 안전성 인증기준이 없어 시장에서 구매를 꺼린다. 방재업체들이 스마트센서가 부착된 비상안내 지시등, 연기 감지 피난유도설비 같은 지능형 설비를 개발해도 인증기준이 없어 제때 납품조차 못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보험회사가 자동차 사고정보나 신용정보 등을 빅데이터로 활용하는 것도 막혀 있다.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요소를 삭제해도 엄격한 개인정보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전기를 저장했다가 꺼내 쓸 수 있게 만든 에너지저장장치(ESS). 에너지 신산업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아직 건물의 비상전원공급장치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전력 제공

정부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적극 투자하겠다는 에너지저장장치(ESS)는 건물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비상전원공급장치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소방법 개정안이 나왔지만 국회에 묶여 있다. 해수나 공기, 온도차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히트펌프 기술도 신재생에너지로 인정받지 못해 발전이 정체됐다.

요즘 뜨는 IoT 사업도 칸막이가 있다. 통신망 규격 기술과 전문적인 경험이 풍부한 기간통신사업자가 IoT용 무선센서를 개발하려 해도 통신사업에선 서비스와 기기 제조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탓에 기술력을 썩힐 수밖에 없다. 최근 차세대 수출 효자품목으로 떠오른 기능성 화장품은 주름개선, 미백, 자외선차단의 단 3종만 인정돼 피부회복이나 노화예방 등 유사한 기능으로 시장을 확대하지 못한다.

신사업을 위한 국가 간 규제환경 개선 경쟁에서도 뒤처졌다. 미국과 캐나다는 이미 자율주행차 운행기준을 마련해 상용화 수순을 밟고 있고 일본은 드론 택배까지 허용했다. 그러나 우리는 자율주행차는 대구, 드론은 전남에 한해 시범서비스만 허용한 상태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급변하는 기술과 시장 상황에 맞춰 기업의 자율규제를 확대하고 입법 취지에 위배되는 사항만 예외적으로 제한하는 등 규제의 근본 틀을 바꿔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한 박람회에서 참가자들이 소형 드론을 직접 조정하는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선진국에 비해 드론 관련 규제환경 개선이 늦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기아자동차의 자율주행차 시범운행 모습. 미국과 캐나다는 이미 자율주행차 운행기준을 마련해 상용화에 바싹 다가갔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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