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젊은층 사이에 이상한 영어 발음이 번지고 있다. 메모리칩 방식의 hard disk, SSD(Solid State Disk)를 ‘스스디’라고 읽는 것이다. 이들은 또 SK텔레콤을 ‘스크’로 읽고 CPU브랜드 AMD를 ‘암드’로 읽는다. 그런데 필자는 핀잔을 주듯 그런 식이라면 “BBQ는 ‘브브큐’이고 FBI는 ‘푸부이’이고 ATM은 ‘아뚜무’냐”고 물은 적이 있다. 이런 와중에 ‘신세계닷컴’에서는 SSG.com을 광고하면서 ‘쓱’처럼 발음하고 ‘나도 필요한 것 하나 쓰윽 해야겠다’는 식으로 소개한다. 광고업자들은 그것이 문법에 맞든 맞지 않든 대중의 관심을 유발하는 데에만 신경 쓰지만, 이런 발성은 올바른 영어발음이 아닌 ‘일본식’이라는 것이 문제다. 세계에서 영어를 가장 못 하는 사람들의 발성을 자발적으로 흉내 내고 그 발성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알지 못한다.
일본인들은 2음절인 McDonald를 ‘마크도나르도’처럼 6음절로 발음한다. Zigzag는 예외 없이 ‘지그재그’로 발음하는데 영어 원음은 ‘직잭’에 가깝다. 여기서 받침 g를 끄집어내어 그 자음에 ‘으’를 덧붙여 별도의 음절로 발성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일본식이고 나쁜 버릇이다. 닿소리는 홀소리를 만나야 온전 음이 된다는 소리글자의 기본을 무시하는 발성법이다. 일본인이 hotel을 ‘호떼루’로 발음하는 것을 보면, 받침으로 들어가야 할 자음에 ‘으’나 ‘우’를 붙여 발음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한국인은 ‘호텔’로 발음하기 때문에 원음에 가깝다. Gap의 발음을 보면 한국인은 ‘갭’으로 발음하고 표기하는데 일본인은 ‘개푸’에 가깝게 한다. 한국인은 Lobster의 발음도 원음에 가깝게 ‘랍스터’로 발성하는데 일본인은 ‘로브스터’로 하고 있다. 이런 방식이라면 ‘landline’(유선전화)는 ‘랜드라인’과 ‘랜라인’중에서 어느 것이 원음에 가까운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한국인의 영어 발음은 원음과 일본식이 뒤섞여 있다.
실제로 줄임말의 발성은 자음과 모음의 조합과 기준에 따라 다르다. 약어 중에는 NASA, NATO, OPEC처럼 마치 일반 단어처럼 발성하는 경우(acronym)가 있고 FBI, CIA, ATM, CEO, VOD처럼 철자를 하나씩 읽어야 하는 경우(initialism)가 있다. 이처럼 줄임말의 발성은 각기 일정한 기준이 있다. 따라서 신세계가 상호명의 첫 자음을 따서 SSG로 적는다면 모두 자음만 있으므로 당연히 ‘에쓰-에쓰-쥐’가 되어야 한다. 광고 카피업자가 일본식 영어 발성을 흉내 내어 억지 발음을 도입한 것은 무지의 용기다. 이런 광고의 발성이 의심 없이 사용될까 걱정이 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