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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농악 전수받으러 시카고에서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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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농악 전수받으러 시카고에서 왔어요”

입력
2016.01.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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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간 머물며 꽹과리ㆍ장구 등 강습

홈스테이 통해 한국문화 체험도

“美 대학 진학해 풍물패 만들래요”

미국 시카고에서 평택농악을 배우러 경기 평택시 평택농악보존회를 찾은 재미교포 2세 최백림(오른쪽), 하림(왼쪽에서 두 번째) 남매가 보존회 단원 등과 함께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미국 시카고에서 평택농악을 배우러 경기 평택시 평택농악보존회를 찾은 재미교포 2세 최백림(오른쪽), 하림(왼쪽에서 두 번째) 남매가 보존회 단원 등과 함께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덩~ 덩쿵따따, 쿵~ 덩쿵따.”

19일 오후 경기 평택시 팽성읍 평택농악보존회 예운관에서 흥겨운 농악소리가 울려 퍼졌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의 하나인 평택농악을 배우러 바다건너 미국에서 온 최백림(18)ㆍ하림(여ㆍ16) 남매가 스승의 구음(口音)에 실어내는 꽹과리와 장구 소리였다.

남매는 단국대 이과대학 풍물패 ‘한마당’학생 10여명과 함께 배우면서도 손놀림이 전혀 뒤지지 않았다. 남매를 가르치고 있는 평택농악 이수자 강호섭(45)씨는 “10여일 머물면서 강습생들과 어우러져 배울 만큼 실력이 늘었다”고 칭찬했다.

백림ㆍ하림 남매가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우리 악기에 홀려 한국으로 온 것은 병신년(丙申年) 새해 첫날인 1일이다.

이들의 한국행 결심은 시카고 노스웨스턴대(Northwestern University)에서 한국이민사를 강의하는 여지연(50) 교수의 영향이 컸다. 5살 때 부모님을 따라 이민을 간 여 교수는 현재 교민들이 만든 사단법인 ‘글로벌 풍물 인스티튜트(Global Pungmul InstituteㆍGPI)’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여 교수는 지난해 8월 ‘제20회 시카고 한인축제’에 초청된 평택농악보존회 단원들의 연주에 빠져 학생들을 보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여 교수의 제안을 받은 평택농악보존회도 흔쾌히 강습비 지원 등을 약속했다.

GPI 소속 청소년 풍물단 ‘소리빛’창단멤버인 백림군은 “10살 때부터 꽹과리 등을 접하면서 전문가에게 한 번 배우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는데 그 꿈을 어머니가 이뤄주셨다”고 웃었다.

백림 하림 남매는 지난 2주간 평택에 머물면서 우리 악기는 물론 상모 돌리기와 자반 뒤집기 등을 익히며 평택농악의 멋과 맛에 흠뻑 빠진 듯 했다. 하림양은 “장구 등을 치면 신나고 기분이 좋다”며 “처음 들으면 막 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 안에서 서로의 호흡과 질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남매는 이번 방문에서 악기만 배운 것은 아니다. 주말에는 단원들이나 또래 강습생의 집으로 가 홈스테이를 하며 생활문화를 직접 체험했다. 서울 명동과 경복궁, 놀이공원 등을 둘러보며 고국에서의 추억도 쌓았다. 남매는 “한국에는 형과 누나가 챙겨주고 보살피는 문화가 있었다”며 “아이들과 쉽게 가까워질 수 있어서 편했다”고 미소를 보였다.

이들은 이제 나흘 뒤면 3주간의 모든 일정을 끝내고 미국으로 돌아간다. 아쉽지만 25일이 개학이어서 더 머무르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고등학교 3학년인 백림군은 올 여름 미국에서 대학에 진학해 풍물패를 만들 꿈에 부풀어 있다. 평택에서 차곡히 쌓은 우리의 혼과 정신을 미국에 알리는 ‘전도사’가 되겠다는 것이다.

장래희망이 소아정신과 전문의인 하림양도 국악의 끈은 놓지 않겠다는 의지다. 하림이는 “두드리고 때려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게 우리 악기”라며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연간 120회에 달하는 공연과 재능기부, 해외 강사파견 등을 통해 전통문화를 계승·발전하고 있는 평택농악보존회 문상보(40) 사무국장은 “우리 것에 대한 동포들의 목마름을 해소하는 사업이 절실하다는 것을 남매를 보고 깨달았다”고 했다.

글ㆍ사진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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