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더민주) 대표가 19일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대표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히면서 향후 그의 정치적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대표는 이날 “선거대책위원회에 모든 권한을 위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4월 총선 결과는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대표 취임(지난해 2월) 후 11개월 만에 물러나는 그는 사실상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좌우할 이번 총선을 김종인 선대위원장의 손에 맡기는 벼랑 끝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문 대표의 사퇴 시점은 이르면 다음 주, 늦어도 설 연휴 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 핵심 관계자는 “당 대표의 권한을 선대위원장에게 넘기는 내용을 당의 헌법인 당헌에 담아야 한다”며 “최고위원회를 거쳐 중앙위원회나 중앙위의 권한을 넘겨 받은 당무위를 소집해 이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사퇴까지는 인재 영입과 야권 통합 작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당에 대한 민심 이반의 흐름을 되돌리기 위해 호남 지역을 찾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사퇴 이후 문 대표의 역할에 대해선 여러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기본적으로 ‘백의종군’을 선언한 만큼 문 대표의 쓰임새는 전적으로 김 위원장과 선대위의 뜻에 달린 상태다.
당의 다른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인재 영입 또는 정의당이나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와 통합 작업에 대한 역할을 맡기고, 문 대표가 이를 받는 그림이 가장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김 위원장을 포함해 최근 인재 영입 케이스로 입당한 인사들 대부분이 문 대표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문 대표의 지역구 출마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비록 문 대표 자신은 이날 “앞서 불출마 의사를 밝혔고, 이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당내에서는 선대위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출마할 수 있다는 여론이 많다. 문 대표 자신도 지난해 9월 본보와 인터뷰에서 당시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요구한 부산 출마 여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표의 핵심 측근은 “벌써부터 여러 지역에서 문 대표가 와서 도와달라는 요구들이 온다”며 “특정 지역구 출마 대신 전국적 인지도가 있는 문 대표가 전국을 돌며 후보들을 도와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친노 패권주의’에 대한 부담 때문에 김 위원장이나 일부 선대위 위원들이 문 대표에게 역할을 주지 않으려 할 수 있고, 이 경우 문재인 역할론을 주장하는 이들과 당내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번 주 중 선대위 인선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선대위는 문 대표와 최고위로부터 전권을 넘겨 받기 때문에 사실상 ‘비상대책위원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선대위에는 박병석 우윤근 의원과 이수혁 전 독일대사, 이용섭 전 의원,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선 전 원내대표의 합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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