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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줄었지만 수법 다양해진 보이스피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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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줄었지만 수법 다양해진 보이스피싱

입력
2016.01.19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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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노력으로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가 급감했다.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는 3월 1,002건에서 12월 291건으로 감소했다. 금융당국도 금융사기 피해액이 작년 상반기 1,566억원에서 하반기 873억원으로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융합형' 보이스피싱은 눈에 띄게 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직접 만나서 돈을 받는 수법의 '대면편취형'이나, 잠시 돈을 인출해서 피해자의 집, 또는 보관함으로 옮기도록 한 후 이를 가져가는 '침입절도형'이 그것이다.

▲ 보이스피싱 사기단이 사용한 금융감독원 명의의 위조 명함과 사원증. 연합뉴스 제공

■ 경로당에도 주의보 발령

금융감독원은 지난 15일 대안노인회 중앙회에 보이스피싱 방지 관련 공문을 전달하고 노인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보이스피싱이 점점 고도화되면서 노인들이 사기를 당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보이스피싱 사기 수법은 대면편취와 절도형 사기로 변해가고 있다. 금감원 직원 등을 사칭해 직접 만나서 현금을 갈취하거나, 현금을 특정 지역에 보관하라고 한 후 가져가는 것 등이다.

특히 작년부터는 이 같은 보이스피싱 수법이 급증세를 보였다. 상반기 23건에 불과하던 대면형 피해가 하반기 147건으로 6배 가까이 늘었다. 절도형 보이스피싱도 상반기 32건에서 하반기 94건으로 거의 세 배가 됐다.

대면ㆍ절도형 보이스피싱은 피해액이 보통 수천만 원을 넘어서기 때문에 문제가 크다.

일례로 지난해 9월24일 검찰 직원을 사칭한 범인이 이모(26·여)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의 계좌가 대포통장으로 이용됐다. 돈을 찾아 금융감독원 직원에게 맡기면 안전하다"고 유인한 뒤 피해자 이씨와 직접 만나 은행에서 인출한 1억 900만원을 가로챈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피해자 이씨를 만난 범인은 가짜 금감원 사원증과 함께 위조한 계좌추적 자료까지 보여주며 피해자를 안심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또 같은 해 10월에는 서울청 사이버수사대 직원을 사칭하며 "보이스피싱에 당하지 않으려면 통장에 있는 돈을 모두 빼내 냉장고에 넣어두라"고 전화를 걸어 피해자를 속인 뒤 피해자의 집에 몰래 침입, 냉장고에서 9,000만원을 훔치는 사건도 있었다.

▲ CCTV에 잡힌 금융감독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 연합뉴스 제공

■ 고전 수법은 더 다양해져

그렇다고 '계좌이체형' 보이스피싱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작년 기준 계좌이체형 보이스피싱 피해는 적발된 보이스피싱 범죄 중 72%로, 보이스피싱 피의자들이 가장 애용하는 수법으로 나타났다. 개인정보를 빼돌려 돈을 편취하는 '피싱'도 20%가 넘었다.

다만 수법이 조금 더 다양해졌다. 19일 적발된 보이스피싱 일당은 중국에 콜센터를 만들어 대부업체를 가장한 뒤, 보증보험료와 수수료만을 가로채는 방법으로 피해자를 속였다. "납치한 아들의 장기를 팔겠다"는 협박형도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조건만남'을 위한 선입금 명목으로 돈을 챙기는 수법과 '몸캠'을 하면서 빼돌린 개인정보를 통해 협박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최근에는 연령, 성별 등에 따라 시나리오를 만들어 사기 행각을 벌인 조직도 적발됐다.

사칭 대상도 범위가 넓어졌다. 금감원의 '그놈목소리'에 따르면 한 피의자는 자신을 한국전력의 관계자라고 소개하며 전기요금을 당장 내지 않으면 요금이 끊길 것이라고 협박했다. 여경으로 위장해 피해자와 만나 집으로 들어가 돈을 편취한 일도 있었다.

여전히 주로 피해를 입는 나이대는 젊은 층이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절반 이상이 20~30대(20대 32.1%, 30대 24.5%)였다. 60대(8.8%)와 70대(7.1%)는 15.9%에 불과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29.9%에 비해, 여성이 70.1%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사회 경험이 적지만 인터넷 뱅킹에 익숙해 돈을 쉽게 보낼 수 있기 때문에 피해가 많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 보이스피싱 설 자리, 더 좁아질 듯

보이스피싱 조직들의 수법이 다양해지는 것은 금융당국의 강력한 대응 때문이다. 나름대로 살 길을 찾는 셈이다. 하지만 보이스피싱 사기가 국민들에게 언제까지 먹힐지는 미지수다.

금융권과 금융감독원은 작년에 사전에 막아낸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1,036억에 달한다고 밝혔다. 상반기에 680억, 하반기에 356억원의 성과를 거뒀다. 대포통장도 작년에 총 2만7,598건으로 2014년(4만6,902건)보다 거의 반으로 줄었다.

이러한 성과는 금융사들이 의심계좌에 대한 자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100만원 이상에 대해 자동화기기 인출을 30분 지연하는 등 보이스피싱 근절 노력에 집중한 결과다. 작년 하반기에 공개한 금융감독원의 '그놈목소리'도 한 몫했다.

관련 당국은 보이스피싱의 뿌리를 뽑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기로 했다. 우선 조직적인 보이스피싱을 벌인 경우, 조직폭력배와 같은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죄를 적용하기로 했다. 작년에도 4건, 76명에 이 법이 적용됐다.

작년에 5개국에서 16건, 96명 검거, 58명 강제송환의 실적을 거둔 중국과 동남아 국가와의 공조수사도 더 강화할 예정이다. 그 밖에도 대포통장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금융ㆍ통신 제도를 개선하는 등 정책 개선과 그놈목소리와 같은 전략적 홍보를 강화해, 보이스피싱이 발 붙일 수 없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김재웅 기자 jukoas@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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