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프로 tvN ‘문제적 남자’ 출연한 비올리니스트 이승원
지난 17일 자정 클래식음악기획사 목프로덕션의 ‘쿠크다스처럼 연약한’ 홈페이지는 트래픽 과부하로 멈춰버렸다. 같은 시간대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 1위였던 비올리스트 이승원(26)의 인적사항을 찾던 네티즌 수사대의 종착지였기 때문. 실내악 그룹 노부스콰르텟 멤버로 클래식 팬들 사이에 오빠부대를 몰고 다닌 이승원은 이날 tvN ‘문제적 남자’에 출연, 괴력을 발휘하며 각종 수학문제를 줄줄이 풀어 우승을 거머쥐었다. 23살에 비올라로 ‘독일 박사학위’를 받은 음악 영재, ‘IQ162의 수학 천재’란 오빠부대도 잘 몰랐던 스펙도 방송을 통해 소개됐다.
18일 전화로 만난 이승원은 “반응이 폭발적이라 신기했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제작진과 보냈던 그는 지난달 말 유학 중인 독일로 돌아갔다. “예전에도 예능 프로그램 섭외가 가끔 들어왔었는데, 기획사가 알아서 다 거절했었데요. 이번에는 클래식 대중화를 위해서 나가는 것도 괜찮다고 제안하시더라고요. (유명세 쌓으려고 방송한다는) 오해 받지 않을 만큼 인지도도 다졌다고 생각해서 출연했죠.”
그를 비롯해 김재영(31?바이올린) 김영욱(27?바이올린), 문웅휘(28?첼로)로 구성된 노부스콰르텟은 2012년 ARD국제음악콩쿠르 준우승, 지난해 모차르트 콩쿠르 우승을 차지하며 클래식 팬들 사이에 연주 잘 하는 꽃미남 밴드, 음악계의 F4로 알려져 있다.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이들은 재작년 세계적인 매니지먼트회사 짐멘아우어와 전속 계약도 맺어 본격적인 해외진출 물꼬도 텄다.
“예능감이 없어서 녹화 8시간 동안 벌벌 떨었다”는 이승원은 “긴장하며 수학문제 풀다 보니 시간이 금방가더라”고 말했다. “연예인보다는 일반인에 가까우니까 출연해서 한 문제도 못 풀면 ‘쟤 왜 나왔냐’하고 보실 거잖아요. 예능감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결사적으로 문제를 맞춰야 했죠.”
방송에서는 중고등학생시절 전국 수학 올림피아드와 음악 콩쿠르를 번갈아가며 한 해 30~40회씩 출전한 이력이 십분 발휘된다. 한 문제를 제외하고 모든 수학문제를 가장 먼저 맞춘 그는 절대음감 테스트에서도 한 번의 실수없이 정답을 맞췄다. 그는 “수학 공부로 쌓은 암기력, 두뇌 회전이 악보를 암기하고 해석할 때 도움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응은 독일까지 폭발적이었다. ‘문제적 남자’를 본 지역 주민들이 신인 연주가인 그에게 ‘아는 척’을 해주기 시작했다고. “보통 연주회 동연상은 2,000~3,000 명이 보기 어려운데 예능 프로그램은 예고편만 몇 만씩 보시더라고요. 학교에서도 ‘네가 수학도 잘했냐?’는 반응도 많고요.”
다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생각 있냐는 질문에는 “음악가 본분을 잃지 않는다면”이라며 싫지 않은 기색은 내보였다. “그렇다고 제가 무한도전에 나갈 수는 없잖아요? 불러주시지도 않겠지만.”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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