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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Make way for a madman (뭐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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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Make way for a madman (뭐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입력
2016.01.1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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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한다’는 말은 일본 속담이기도 하고 스페인 속담이기도 하다. 영어로는 ‘Make way for a madman and a bull.’라고 말하면 된다. ‘미친 사람하고 황소에게는 길을 비켜줘야 화를 면한다’는 개념은 우리 속담과 같은 것이다. 이와 유사한 말로 ‘Avoid and pass by a fool and a madman.’이 있는데 매우 쉬운 말이고 또 ‘They are both dangerous’ ‘There’s nothing more fearful than a fool and a madman.’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격언이나 속담은 나라마다 혹은 문화마다 표현 방식이 다르므로 우리말의 감칠맛 나는 표현을 억지로 영어로 옮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평이한 문장 ‘Act now or stand down.’이 완벽하고 간결한 문장이지만 ‘지금 행동하든지 아니면 그만두고 내려와라’라는 표현을 ‘무미건조’하게 만든다. 따라서 ‘Fish or cut bait’(낚시하려면 제대로 하고 아니면 미끼를 버리고 떠나라)같은 어구를 사용하게 된다. 속어 표현을 할 때는 ‘Shit or get off the pot.’이 좋은데, ‘어서 볼일을 보려면 보고 아니면 변기에서 내려오라는 것’이 의도한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좋다.

그런데 우리말의 똥을 그대로 번역하여 dung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지만 이는 ‘거름’으로 쓰이는 대변을 말하며 ‘배설물’로서의 단어는 feces(피씨즈)이고 영국에서는 faceces로 표기한다. 꼬마들이 말하는 ‘쉬’(pee)와 ‘응가’(poo, poop)도 있고 속어로 말하는 ‘똥’은 ‘shit’이다. 따라서 위의 속담 표현은 그 개념을 영어로 옮겨야 오역과 오해를 막을 수 있다.

George Washington은 ‘Better alone than in bad company.’라고 말했는데 이는 ‘나쁜 사람과 어울리느니 혼자인 게 낫다’는 것이지만 오역의 소지가 있다. 오히려 ‘Shun bad people as you would shun filth.’가 ‘오물을 피하듯 나쁜 사람은 피하는 게 낫다’는 표현으로 평범하지만 본뜻에 더 부합할 것이다.

중국이나 일본 속담이 영어에서 자주 인용되지 못하는 이유는 좋은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영어 번역이 훌륭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화가 다르므로 마땅한 번역을 찾기 힘들다. 이는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을 직역했을 때 서양인이 ‘짚신’이 무엇인지 모르는 이치와 같다. 할 수 없이 ‘Every Jack has his Jill(모든 철수에게는 영희가 있다)’처럼 영어식 사고에 맞게 번역을 해야 이해가 빨라진다. ‘본성은 바뀌지 않는다’는 말을 ‘Character does not change’라고 하면 평범한 말이지만 ‘The leopard cannot change its spots’라고 말하면 본뜻에 부합한 해석이 된다. 따라서 촌철살인의 멋진 말은 적합한 비유와 표현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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