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22ㆍ연세대)가 걷는 길은 언제나 한국 리듬체조의 신기원이었다. 시니어 진입 2년 만에 2012 런던 올림픽에서 ‘톱10’ 진입 목표를 훌쩍 뛰어 넘어 개인 종합 5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리듬체조의 역대 올림픽 최고 순위였다. 2014년에는 터키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메달(후프 동메달)을 땄고,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첫 개인종합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도 금메달은 그의 몫이었다.
이제 손연재는 2016 리우 올림픽에서 피날레를 꿈꾸고 있다. 4년 전 3위와 불과 0.225점 차로 메달을 손에 넣지 못한 아쉬움을 풀 수 있는 기회다. 손연재는 최근 본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런던올림픽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며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이번 올림픽에서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4년 전 떨렸던 기억, 두 번째는 다르다
손연재는 올림픽 데뷔전부터 큰 일을 낼 뻔했다. 개인종합 결선 첫날을 3위로 마쳐 기대감을 키웠지만 둘째 날 평소 약점으로 꼽혔던 곤봉에서 수구를 떨어트리는 실수로 메달권에서 밀렸다. 공교롭게도 곤봉은 예선 때 연기를 하다가 슈즈가 벗겨지는 아찔한 경험을 한 종목이었다. 그는 당시 결선 연기를 마친 뒤 “곤봉 연기를 잘했다면 경기 후 울었을 텐데 약점을 새로 발견해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고 4년 뒤를 기약했다.
손연재는 런던 올림픽을 계기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아시아 퀸’ 자리는 물론 출전하는 국제 대회마다 시상대 위에 섰다. 손연재는 “런던에서 처음으로 올림픽에 참가했을 때 정말 많이 긴장하고 떨렸던 기억이 있다”면서 “많은 대회 출전 경험으로 성장했다고 생각하지만 두 번째 올림픽에 임하는 자세는 처음과 차이가 없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해온 리듬체조를 모두 보여드릴 무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리듬체조 인생에서 마지막 올림픽이 될 수 있는 만큼 후회 없는 경기로 팬들의 기대에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메달 획득 위해 과감한 변화
손연재는 리우 올림픽에 맞춰 변화를 줬다. 그 동안 클래식 배경 음악으로 부드러우면서도 우아한 연기를 주로 펼쳤지만 올해에는 빠르고 역동적인 템포의 음악을 택했다. 리본 종목은 탱고 음악 ‘리베르탱고(Libertango)’, 곤봉은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나오는 ‘올 어보드(All Aboard)’를 골랐다. 또 4개 종목 모두에 자신의 가장 큰 장기인 ‘포에테 피봇(한 쪽 다리를 회전축으로 삼고 다른 다리를 180도 공중으로 뻗어 회전하는 기술)을 넣었고, 수구를 조작하면서 경쾌하게 걸어 다니는 댄스 스텝 비중도 늘렸다. 가산점을 얻을 수 있는 동작을 빼곡하게 집어넣어 고득점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손연재는 “매 시즌 다른 모습을 보이려고 했고, 이번에도 지금과 다른 발전된 모습, 좋아진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 고민 끝에 처음으로 탱고를 선택했다”며 “워낙 빠르다 보니 어렵지만 개인적으로 훨씬 더 재미있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는 늘 앞만 보고 달려왔다. 가벼운 몸을 유지하기 위해 늘 체중 관리와 싸웠고, 고질적인 발목 부상도 참고 훈련을 계속했다. 독기로 버틴 이유는 매트 위에서 경기를 펼치는 순간 ‘선수 손연재’로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손연재는 “운동 선수로서 겪어야 하는 고된 훈련과 부상으로 인해 힘들 때가 많지만 매트 위에 오르면 모든 것이 잊혀진다”며 “열심히 연습한 만큼 ‘나 자신을 믿고 최선을 다하자’라는 주문을 스스로에게 한다”고 밝혔다. 올림픽 이후 계획에 대해서는 “지금은 오직 올림픽에 집중하고 있어 아직 계획이 없다”며 “올림픽이 끝나면 차차 생각하겠다”고 설명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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