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선 유독 아이를 강아지와 함께 키워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 때문인지 임신을 하거나 출산을 하면 키우던 강아지를 버리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개를 키우는 게 아기 건강이나 정서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 전문가들은 반려견이 아기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들은 대부분 과장되거나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기존 관련 연구 결과와 함께 동물이 아이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들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책‘임신하면 왜 개, 고양이를 버릴까’(책공장더불어)를 통해 반려견과 아이를 함께 키워도 되는 근거를 알아봤다.
알러지가 있다면 동물을 무조건 없애야 한다?
이는 반려견의 털에 대한 알러지 반응이 있을 때만 적용된다. 알러지의 가장 보편적인 치료법은 알러지원을 피하는 것. 반려견을 없애야 한다는 말은 알러지원이 반려견으로 밝혀졌을 때만 해당하므로, 반려견이 진짜 원인인지 알아보려면 잠시 반려견이 없는 환경에서 생활해보며 그 변화를 살펴보기를 권한다.
오히려 강아지와 고양이를 기르는 가정의 어린이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알러지 증상이 낮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 조지아 대학 소아과 의사인 데니스 오운비는 신생아부터 7세까지의 아동을 관찰한 결과,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아이가 알러지 증상을 보이는 확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낮았다.
이는 반려동물이 아이들과 함께 놀고 핥음으로써 동물의 박테리아가 아이에게 옮겨가 알러지원에 대해 대응할 수 있도록 면역 체계를 변화시키기 때문이라는 게 오운비의 분석이다. 위험도가 낮은 반려견의 항원에 노출된다면 훗날 위험한 질병에 걸렸을 때 몸이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털 때문에 숨이 막힌 신생아가 있다?
이는 설득력이 없는 주장이다. 물론 아기의 호흡기 방어장치는 어른보다 약하지만 코털, 점막의 점액과 섬모 등은 출생 시부터 완벽하게 갖춰져 있기 때문에 호흡기에 들어온 이물질을 제거할 수 있다.
오히려 반려동물이 천식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스웨덴 웁살라 대학 연구팀은 100만 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반려견과 함께 지내는 어린이가 그렇지 않은 어린이보다 15%가량 천식 발생 위험이 낮았다고 밝혔다.
반려동물은 아이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려견과 함께 아이를 키우면 정서와 공감 능력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은 많이 나와 있다. 먼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아이는 뛰어난 공감 능력을 갖게 된다. 아이는 자신의 사랑과 관심을 필요로 하는 반려견의 부모 역할을 수행하면서 반려견의 감정을 세심하게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 이렇듯 표정이나 몸짓으로 상대의 감정을 미루어 짐작하는 능력은 타인에게까지 확대된다. 미국 뉴멕시코대학의 로버트 비어러 심리학 박사는 126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주변과의 관계에 대한 72가지의 질문을 한 결과 강아지를 키우는 어린이가 더 높은 수준의 공감 능력이 있음을 밝혀냈다.
반려견은 부모와 아이의 정서적 유대감을 증대시킨다. 반려견과 아이를 함께 키우다 보면 가족 구성원간의 친밀감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유아 동물 관계 전문인 게일 멜슨 미 퍼듀대 교수는 “반려견은 가족 야외활동의 원천이다. 또 아이와 부모 모두 각자의 삶으로 바쁜 현대 사회에 서 온 가족이 함께 모여 가만히 반려견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여유를 되찾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최현진 인턴기자 (서강대 신문방송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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