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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제3차 한의약육성계획이 성공하려면

입력
2016.01.19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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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보건복지부는 제3차 한의약육성계획(2016∼2020)을 한의약육성발전심의위원회에서 심의, 의결했다. 국내 12개 한의과대학 및 한의학전문대학원의 학장들로 구성된 한국한의과대학학장협의회는 이 계획 수립에 쏟았던 정부 당국자들의 노고에 감사 드린다. 한의학이 한국의 미래를 열어줄 소중한 국가적 자산이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지만, 법적 제도적 미비가 발전을 막아온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아무리 훌륭한 자산이라도 이를 개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시대 변화에 맞춘 노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그 동안 문제점이 무엇인지 근본적 원인을 찾고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아울러 한의학을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교육하는 한의과대학의 분발도 필요하다고 자성한다. 최근 대두되는 한의학 위기론은 이와 같은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의 부족에서부터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이번에 발표된 제3차 한의약육성계획은 큰 기대를 갖게 해준다. 4대 목표 가운데 그 첫 번째인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보급을 통한 근거 강화 및 신뢰도 제고’는 한의학 진료의 표준화를 만들어내는 방안이 될 것이란 점에서 근대 이후 한의학의 숙원인 현대적 표준 마련이란 과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표준 진료지침이 만들어져 보급된다면 숙원이었던 한의과대학 교육의 표준화도 손쉽게 달성될 것을 확신한다. 이 방안을 제일 앞에 내세운 것은 그 동안 해결되지 못해왔던 모든 문제점의 다발들을 일거에 해소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긴 것이라 생각된다.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이 개발돼 보급된다면 한의사의 진료의 기준이 명확하게 제시돼, 국민의 건강증진을 위한 의료보험이 한의학으로 확대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되는 것이며, 아울러 한의대 교육의 개혁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첫 번째 성과목표는 두 번째 목표인 ‘보장성 강화 및 공적의료 확대를 통한 한의약 접근성 제고’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한의사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에서 한의학이 국민 건강에 제대로 기여할 수 있기 위해서는 보장성 강화 및 공적의료 확대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한의학이 비싼 의료라는 선입견이 만들어지고, 우수한 치료술을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외면을 받게 된 원인은 보장성이 약한 것이 크다고 본다. 공공의료 기관을 중심으로 한 공적의료가 활성화되지 못한 것도 한의학이 외면 받게 된 중요한 원인이다. 한의학 분야에서 공적의료의 확대를 통해 국민의료비 부담 경감과 치료 효과 극대화라는 두 가지 수확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목표인 ‘기술혁신과 융합을 통한 한의약 산업 육성’은 한의학의 산업화를 통해 국가의 중요한 산업 인프라 중 하나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이 목표도 앞의 두 가지 목표와 밀접하게 연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세월 한의학은 산업화를 통한 기술혁신이 각종 규제로 인해 제대로 달성되지 못해왔다. 산업계 전체에서 한의학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현재 미미하지만, 그 미래적 가치를 예상해본다면 막대한 성장 가능성을 갖추고 있음은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우리는 남을 탓하거나 자괴감에 빠지는 것보다 앞으로 5년간 기술혁신과 융합을 제대로 성취하지 못한 과거 수십 년의 경험을 되돌아보고 정상화시킬 수 있는 근본적 해법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 목표인 ‘선진 인프라 구축 및 국제 경쟁력 강화’는 한의학의 세계화라는 그 동안 많이 사용되었던 구호를 구체적으로 실현시킬 방안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갖게 한다.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우리 한의학이 가지고 있는 지식정보의 유무형 가치를 극대화하는 구체적 노력이 필요하다. 2009년 ‘동의보감’이 유네스코의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이 그러한 노력의 하나가 아니었던가 한다. 단순히 등재된 것에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지식 콘텐츠를 세계의학계에 내놓아 한국 한의학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한의과대학학장협의회 회장 김남일 (경희대 한의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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