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선거에서 야당인 민진당이 압승을 거둔 것은 ‘딸기 세대’로 불리는 20∼30대 청년층의 반격 덕분이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딸기 세대란 1981년생 이후 대만 청년들을 가리키는 말로, 나약하고 무관심하며 자기만족만 추구하는 젊은 세대를 비하하는 용어다. 사회 압력이나 힘든 일 등 외부 압력을 잘 견디지 못한 채 딸기처럼 쉽게 망가지거나 못쓰게 된다는 뜻을 담았다.
하지만, 나약한 줄로만 알았던 이 딸기 세대가 지난 16일 대만 총통선거에서 기성 권력에 대한 저항으로 총결집, 여당인 국민당을 밀어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WSJ은 분석했다. 또 국내적으로는 다가올 미래에 대한 경제적 두려움, 국제적으로는 중국의 영토 확장에 대한 적대감이 결국 딸기 세대의 결집을 불렀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대만 신입사원 초봉이 20년 동안 거의 오르지 않은 반면,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것도 청년층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하지만 대만 젊은이들의 결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년 전에도 딸기 세대는 ‘해바라기 운동’으로 저항 정신을 표출했다. 2014년 3월 당시 여당인 국민당이 중국과의 서비스 무역 협정 비준안을 날치기 통과 시키자, 대학생들은 희망을 상징하는 해바라기를 손에 들고 입법원(국회)을 점거했다. 당시 대학생들은 “여당인 국민당이 지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상공인들을 희생시키면서도, 중국과 관련된 거대 자본가와 영합했다”고 주장했다.
대만 첫 여성 총통으로 당선된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 주석은 이 같은 청년층의 분노에 힘입어 권좌에 오른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차기 정부는 친중국 일변도의 경제정책에서 벗어나 기업 다각화, 주택 가격 안정화, 사회 복지 등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한국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 쯔위(周子瑜ㆍ17)의 ‘대만 국기 논란’도 젊은 층의 자존심을 자극해 투표장으로 불러 모으는데 큰 몫을 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대만 양안정책협회의 온라인 조사 결과, 134만명의 청년층이 ‘쯔위 사건’의 영향으로 투표 참여를 결정했거나 투표 의향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고 18일 보도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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