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영입 후 호남 민심 변화
文대표 거취 밝혀 명분 사라져
광주ㆍ전남 의원들도 잔류ㆍ관망
국민의당 공천 100% 보장 않자
“명분ㆍ실리 다 잃을라” 우려도 작용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의 호남 탈당 러시가 주춤거리고 있다. 전북 지역 국회의원 9명이 당 잔류를 공식 선언했고, 탈당이 예상됐던 광주ㆍ전남의 ‘후발대 탈당파’의원들도 당 잔류 혹은 상황 관망으로 돌아섰다. 당 안팎에서는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 영입 이후 더민주에 부정적이었던 호남 민심이 돌아서는 분위기에다 탈당 후 행선지로 유력했던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에서 탈당 인사들의 공천을 100% 보장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자칫하다간 ‘명분’과 ‘실리’를 다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더민주 전북 의원들 당 잔류 선언, 전남의 이개호 이윤석도
더민주 소속 전북의원들은 18일 전북도의회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선거를 위한 분열은 민심이 아니다”면서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당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김춘진·최규성 전북도당 공동위원장과 이춘석, 김윤덕, 이상직, 김성주, 전정희, 강동원, 박민수 의원 등 9명 국회의원 전원이 참석했다. 이들은 “더민주당을 탈당하는 분들이 통합이라는 이름으로 분열을 꾀하고 있다”며 “재혼을 하기 위해 이혼을 한다는 주장을 하는 꼴”이라고 탈당 의원들을 비판했다.
전남의 이윤석(무안신안) 이개호(담양ㆍ함평ㆍ영광ㆍ장성) 의원 등은 사실상 탈당의 뜻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비주류 측 ‘구당모임’에 속한 이개호 의원은 한 지역 언론과 인터뷰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로 호칭하는 안철수 신당 측 발언에 분노를 느끼며 도저히 함께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1일 수석대변인을 사퇴해 탈당이 유력했던 김영록(해남ㆍ완도ㆍ진도) 의원과 광주시당 위원장인 박혜자(광주 서구갑) 의원 등은 당 상황을 관망하겠다며 탈당 결행을 유보할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호남 민심의 변화 조짐에 국민의당은 “공천 보장 없다”며 냉랭
안철수 의원 탈당 이후 가속도가 붙던 더민주 호남 의원들의 탈당과 국민의당 입당 러시가 지난 14일 김승남(고흥ㆍ보성) 의원 이후 갑자기 멈춘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호남 민심의 변화 조짐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구당모임’ 소속의 이윤석 의원은 “문재인 대표의 사퇴가 기정사실화 하면서 탈당 명분이 없어졌다”며 “(호남) 민심이 변하고 있고, 거역할 수 없다”고 밝혔다.
더민주 탈당 후 입당한 현역 의원이라도 공천을 100% 보장할 수 없다는 안철수 의원의 냉랭한 입장은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탈당 후 무소속 출마가 유력한 박지원(목포) 의원은 “먼저 탈당했던 의원들이 공천이 불확실해지자 남아 있는 의원들에게 (안철수 신당으로) 오지 마라는 말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안철수 의원이 더민주에서 탈당한 의원들에게 당직을 주니까 이태규 실무지원단장이 ‘현역의원 당직과 공천과는 무관하다’고 말하는 등 내분이 생겼다”고 전했다.
한편 더민주 충남 지역 의원들도 탈당하지 않고 당에 남을 것을 선언하는 공동 성명을 채택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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