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의 부결로 편법 상정 착수
25일까지 본회의 직접 부의키로
野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 불사”
새누리당이 18일 ‘국회선진화법’ 개정 절차를 강행, 국회 운영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노동법 등 쟁점 법안 처리 문제에 이어 국회선진화법 개정안까지 두고 여야간 다시 격돌한 만큼 1월 임시국회 내 선거구획정 및 쟁점법안 처리 등과 관련된 논의도 당분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이날 운영위원회를 단독으로 소집, 5분 만에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을 고의 부결시켰다. 여당이 이례적으로 개정안을 부결시킨 것은 운영위와 법사위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 직접 상정하기 위한 편법으로 풀이된다. 국회법 87조는 ‘부결된 법안에 대해 7일 이내에 의원 30명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본회의에 직접 부의(附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을 의원 30명의 서명을 받아 25일까지 법사위를 우회해 본회의에 직접 부의한다는 방침이다.
문제의 선진화법 개정안에는 의장의 직권 상정 요건으로‘재적의원 과반수가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경우’를 포함, 사실상 여당이 쟁점 법안들을 일사천리로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천재지변과,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현행 국회선진화법을 사실상 무력화 시키는 법안이다. 앞서 여당은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노동개혁법,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의 단독 처리를 추진해왔다.
개정안의 본회의 부의가 현실화 하면서 이제 공은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넘어 넘어가게 됐다. 하지만 정 의장이 현행 국회선진화법을 들어 정부여당의 직권상정 압박에 정면으로 거부 의사를 밝힌 만큼 부의 안건을 직권 상정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은 상황이다. 이 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이 선진화법 개정안 개정을 강행하면서 여야간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또 일각에서는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사실상 ‘제로’인 법안을 여당이 계속 밀어붙이는 것과 관련 ‘발목 잡는 야당’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총선 전략이라는 분석이 많다.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의 행태를‘날치기’라고 규정하며, 향후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도 불사하겠다고 밝히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춘석 더민주 원내수석부대표는 “오늘 운영위는 안건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열렸고, 위원장은 급작스럽게 안건을 변경했다”며 “명백한 위법 행위”라고 주장했다.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운영위 소집부터 법안 가결까지 모든 과정이 국회법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다”며 “의원 30명의 서명을 받아 늦어도 25일까지 본회의에 부의하겠다”고 강행처리 뜻을 밝혔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선거구 획정 지연과 쟁점법안 논의가 겉돌고 있는 상황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이견의 폭을 좁히기 보다는 쟁점 축 하나를 더 형성한 꼴”이라며 “4ㆍ13 총선을 앞둔 막판 19대 국회에 또다시 냉각기가 찾아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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