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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계, 혼밥족 '취향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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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계, 혼밥족 '취향저격'

입력
2016.01.18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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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먹는 것이 더 편할 때가 많아요. 친구들과 굳이 시간을 맞추지 않아도 돼서 시간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요. 요새는 특히 혼자 식사를 하는 것이 익숙한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져서 예전만큼 신경이 쓰이지 않아요."

대학생 황지윤(25)씨는 일주일에 네 번 정도는 혼자 밥을 먹는다. 취업준비와 수업으로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다보면 친구들과 시간을 맞춰서 밥을 먹는 것도 쉽지 않고, 어느 순간부터 함께 밥을 먹는 것조차 피로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1인 가구의 증가와 더불어 혼자 식사하는 이른바 '혼밥족'이 늘고 있다. 이렇게 혼밥을 즐기는 20~30대가 많아지면서 인터넷상에는 혼밥을 어디까지 경험해봤는지 체크할 수 있는 '혼자 밥먹기 레벨'까지 등장했다. 1단계 편의점에서 혼자 밥 먹기부터 9단계 패밀리레스토랑에서 혼자 밥 먹기로 비교적 세분화 돼있다.

최근 통계청과 산업연구원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 수는 506만 가구로 전체가구의 26.5%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한 이동통신 회사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20~30대 500명 중 96.4%가 혼밥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고, 44.6%는 일주일에 15회 이상 혼밥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혼밥족에 대한 인식도 '혼자서 식사를 당당하게 하는 사람들'이라는 개념으로 점차 바뀌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외식업계에서는 1인 메뉴를 출시하거나 혼자서도 먹기 편한 인테리어를 내세워 혼밥족 취향저격에 나섰다.

■ 혼밥 열풍, 메뉴와 인테리어도 바꾼다

혼밥 열풍으로 외식업계는 1인 메뉴의 출시와 1인 고객 맞춤형 인테리어로 혼밥족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분식프랜차이즈 '죠스떡볶이'는 최근 1인 고객 증가에 맞춰 나홀로족을 위한 1인 세트 메뉴를 출시했다. 떡볶이, 순대, 튀김 등 세 가지 메뉴로 구성되어 있으며 혼자서 식사나 간식으로 먹기 적당한 양에 가격 또한 부담 없다.

▲ 죠스떡볶이 1인 메뉴 (사진제공=죠스떡볶이)

후쿠오카식 햄버그 스테이크를 선보이고 있는 '후쿠오카 함바그'는 특수 제작된 1인 스톤에 고기를 구우면서 먹을 수 있도록 했다.

닭갈비나 보쌈 등 1인이 먹기 힘든 외식 메뉴들의 변신도 주목할 만하다. 1인 보쌈 전문점 '싸움의 고수'는 1인용 보쌈을 합리적인 가격에 도시락 형태로 제공해 호응을 얻고 있다. 삶은 고기와 김치, 보쌈이 담긴 '1인 보쌈'과 매콤한 소스를 곁들인 보쌈 고기를 얹은 '싸움덮밥' 등의 메뉴가 있다.

'미스터보쌈'도 1인용 메뉴를 제공하고 점심메뉴로 보쌈도시락을 선보였다. '유가네 닭갈비'는 '유가네 미니'를 런칭해 6,000원대의 가격대로 1인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혼밥족은 매장의 인테리어까지 바꾸고 있다.

일본라면 전문점 '이찌멘'에 가면 주문, 계산, 식사까지 이 모든 과정을 혼자 할 수 있다. 문앞에 설치된 자동주문기기로 주문을 하면 종업원이 식권을 가져가고, 음식이 나오면 앞에 칸막이를 쳐준다.

맥도날드 역시 이런 변화의 흐름에 빠르게 대응해 맥도날드 홍대점과 이태원점 등의 매장 내부에 1인 좌석을 배치시켰다.

CJ푸드빌 제일제면소도 혼밥족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매장이다. 제일제면소는 대부분의 매장에서 회전식 샤브샤브를 운영하고 있으며, 1인 좌석에 개인용 냄비가 세팅돼 있다.

■ 일본에는 이미 정착된 혼밥 문화

일본에서 유학 중인 전지혜(26)씨는 매일 저녁을 혼자 먹는다. 오랜 유학생활로 혼자 먹는 것이 익숙해졌기도 하지만 눈길과 발길을 잡는 1인 식당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대부분의 1인 식당은 바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혼자와도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

최근 1인 문화에 최적화되어 있는 도쿄는 여행 고수들 사이에서 '혼밥 투어'의 성지로 자리잡고 있다. 도쿄 여행의 핵심키워드는 '혼밥'이 된지 오래다.

이렇게 일본에는 혼밥 문화가 이미 정착됐다. 한국에선 혼밥이 새로운 사회현상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흔한 일상이다. 일본은 이미 1990년에 1인 가구 비율이 23%를 넘어섰고, 2010년에는 32%에 달했다. 이같은 혼밥 문화는 사회가 1인 가구에 최적화된 형태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에는 이미 혼밥족을 위해 독서실처럼 칸막이를 쳐주는 식당도 적지 않다.

혼밥족이 많은 일본이지만 1인용 고깃집은 2011년 일본에 처음 등장했다. 대부분의 식당에 1인용 좌석이 있는 일본이지만, 고깃집만큼은 가족이나 직장동료의 회식 손님이 많아 1인용 좌석이 없었다. 1인분 주문도 불가능해 고깃집만큼은 혼자서 찾기가 어려웠다. 도쿄 우에노에 문을 연 '히토리'(나 혼자)는 테이블에 앉으면 앞은 물론 좌우가 칸막이로 완전히 막혀 있어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도 식사가 가능하다. 이런 추세를 따라 최근에야 한국에도 1인용 고깃집이 생기기 시작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혼자 식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하루에 한 끼 이상은 혼자서 먹는다는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등 최근 1인 소비가 주요 소비 트렌드가 되고 있다"며 "앞으로 외식업계에서는 1인 고객을 잡기 위한 마케팅이 더 활발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brainysy@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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