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셈에 쓰는 기초공식 ‘구구단’으로 추정되는 숫자가 적힌 백제 시대 목간(木簡·글을 적은 나뭇조각)이 발견됐다.
한국문화재재단은 백제 사비성터인 충남 부여읍 쌍북리 일대 유적발굴조사에서 2011년 발견한 6~7세기 목간을 판독한 결과, 이 중 1점에 적힌 숫자 기록이 ‘구구단’일 가능성이 제기됐다고 18일 밝혔다. 이 목간은 30.1㎝, 너비 5.5㎝, 두께 1.4㎝의 칼 모양으로 전면에 ‘三(삼)四(사) 十二(십이)’ 등으로 보이는 글자가 적혀 있다.
재단 측은 발굴한 목간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묵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의 자문을 받아 적외선 촬영 등 판독작업을 진행해왔으며, 훼손 상태가 심해 일부 숫자만을 확인한 상태였다. 재단 관계자는 “발견된 숫자를 근거로 2013년 관련 보고서에서 이 목간이 하찰(荷札ㆍ조세의 물품에 붙여진 나무명패)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바 있으나 최근 학회 토론 과정에서 구구단일 가능성이 제기됐다”며 “매우 신빙성 있는 자료를 토대로 제기된 의견이라 조만간 목간 전문가 등의 자문회의 등을 통해 최종 판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표기가 구구단으로 결론 날 경우, 해당 목간은 처음으로 한반도에서 발견된 ‘수학 공식을 써 넣은 고대 문서’가 된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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