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더스, 클린턴 고액 강연 공격하며
“월가 대형 금융기관 해체할 것”
클린턴 방어전략은 ‘오바마 마케팅’
여론조사선 59%대 34%로 압도
美 언론 “토론 승자는 샌더스” 평가
17일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시작된 이후 가장 치열한 대결을 펼쳤다. 특히 샌더스 의원은 보름 후 치러질 첫 공식대결(아이오와 주 코커스ㆍ2월 1일)을 앞두고 기선 제압을 노린 듯 이전 토론과 달리 클린턴 전 장관의 약점을 강하게 물고 늘어졌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도 금융ㆍ정치ㆍ의료부문 등 기존 제도의 강력한 개혁을 주장하며 클린턴 전 장관을 몰아붙인 샌더스 의원을 토론의 승자로 꼽았다.
두 후보는 이날 저녁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에서 NBC뉴스와 유튜브 공동 주최로 열린 4차 TV에서 총기규제, 월가규제, 대 테러ㆍ중동정책, 의료개혁 등 주요 대선쟁점을 놓고 2시간가량 토론을 벌였다. 마틴 오말리 전 메릴랜드 주지사도 참여했으나, 토론 구도는 사실상 클린턴-샌더스 양자 대결로 전개됐다.
샌더스 의원은 먼저 월가규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는 “골드만삭스는 자산 규모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60%에 달할 정도로 비대해져 정부 통제조차 먹히지 않고 있다”며 “내가 대통령이 되면 ‘글래스-스티걸’법을 재도입해 월가 대형 금융기관을 해체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클린턴 전 장관은 골드만삭스에서 거액 강연료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월가 규제에도 소극적”이라고 공격했다. ‘글래스-스티걸’법은 대공황 직후인 1933년 제정된 금융 규제법으로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을 엄격히 구분하는 내용이다. 이 법은 1999년 11월 12일 당시 빌 클린턴 행정부와 의회의 금융규제 완화 방침에 따라 폐지됐다.
클린턴 전 장관은 샌더스 의원의 약점인 총기규제를 거론하며 반격에 나섰다. 미국 총기협회 후원을 받은 샌더스 의원이 총기규제 강화법안에 반대한 이력을 집중 부각시켰다. 그는 “샌더스는 총기규제는 물론이고 총기규제를 위한 정책 연구마저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클린턴 전 장관은 많은 이슈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기존 정책을 옹호하는 입장을 취하면서 샌더스 의원 공격에 스스로를 노출시켰다. 그는 월가 규제와 관련 “나는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을 방어할 것이며, 샌더스 후보는 오바마 대통령이 경기 침체를 극복했음에도 그가 나약하다고 비난한다”고 말했다.
클린턴 전 장관의 이런 행보는 오바마 대통령 정책에 대한 계승 의지를 적극적으로 밝혀 오바마 지지층을 흡수하려는 이른바 ‘오바마 마케팅’으로 해석된다. 개혁적 이미지를 놓고 샌더스 의원과 대결하는 대신 민주당의 전통적 집토끼인 흑인 유권자를 끌어안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실제로 클린턴 전 장관은 토론회 결산 발언에서 “흑인 인구가 밀집한 미시간주 플린트에서 발생한 식수 오염 사건에 분노하고 있다”고 밝힌 뒤 “백인 부유층 거주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겠느냐”고 개탄했다.
샌더스 의원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후보 경선의 전반적 판세는 클린턴 전 장관의 우세 구도를 유지하고 있다. TV토론 전에 발표되기는 했으나 월스트리트저널과 NBC가 민주당 유권자 4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전국 단위 조사에서 클린턴 전 장관 지지율(59%)이 샌더스 의원(34%)를 압도했다. 예측시장에서도 최근 며칠 격차가 좁혀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클린턴 전 장관의 최종 후보 낙점 확률(1.2 대 1)이 샌더스 의원(5.1 대 1)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