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유격수' 박진만(40)이 20년 간의 프로 선수 생활을 마친 뒤 SK 수비코치로 새 출발을 했다. 프로 통산 성적은 1,993경기 1,574안타 153홈런 781타점 94도루 타율 0.261. 1996년 현대에 입단한 그는 20년간 뛰며 현대(1996~2004년)-삼성(2005~2010년)-SK(2011~2015년) 등 세 팀을 거쳤다.
-처음 몸 담았던 현대 시절을 돌이켜 본다면.
"처음 현대에 들어갔을 때는 어렸고, 고교 졸업 후 처음 와서 적응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현대라는 팀 분위기가 가족적이었다. 구단 프런트나 선수, 코칭스태프 모두 의사소통이 잘 됐다. 힘들다고 얘기하기 전에 먼저 다가와 '힘드냐'고 물어봐 주는 등 잘 할 수밖에 없게끔 하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성적도 빨리 잘 나온 것 같다. 지금 돌이켜 보면 가장 좋았던 시절을 현대에서 보냈다. 당시 염경엽 넥센 감독님 김경기 SK 2군 감독님, 이숭용 kt 코치와 친해 자주 어울렸던 기억이 있다."
-삼성 시절은 어땠는지.
"프로 정신이 뚜렷한 팀이었다. 우리나라 1등 기업처럼 1등 정신이 있었다. 그런 것들이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는데 '잠깐 주춤하다가는 여기서 못 버티겠구나'라며 스스로 자극을 줄 수 있었던 시기였다. 나이도 30대에 접어드니까 정신줄을 꽉 잡기도 했다."
-선수 생활 마지막을 보낸 SK는.
"2011년 처음 왔을 당시 지휘봉을 잡고 있었던 김성근 감독님의 야구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 때는 연습량이 엄청 많았던 시기다. '다시 한 번 재기해볼 수 있겠구나'라는 분위기를 만들어줬고 정신적으로도 가다듬었다. 피 흘리는 훈련을 해보고 도전해도 안 되면 '정말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을 텐데, 감독님이 '나이를 먹어도 할 수 있구나'라는 걸 만들어줬다."
-마지막 SK에서 2차례 준우승으로 7번째 우승 반지를 껴보지 못한 아쉬움도 있을 것 같은데.
"물론 아쉽다. 그 때 한국시리즈에서 붙었던 삼성이 매우 탄탄했다. 현대 시절에도 그랬지만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를 직행해야 우승을 했지, 아래 단계부터 올라가면 실패했다. 체력이나 전력 부분으로도 삼성에 대항하기 쉽지 않았다."
-20년 프로 생활 동안 가장 애착이 가는 기록이나 타이틀은.
"우승 반지 6개와 골든글러브 5개다. 타격 기록은 시즌을 거듭하면서 세워지는 것이지만 수비는 기록 측정이 안 된다.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최다 수상자로 이름을 남기고 싶었는데 김재박 감독님과 공동 1위에 자리했다. 1개만 추가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그랬더라면 나를 키워준 김재박 감독님도 더 좋아해주셨을 것이다."
-선수 생활 동안 기억 남는 순간이나 경기를 꼽아본다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예전 기억들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수 있는데 올림픽 금메달은 매년 명승부, 명장면으로 방송에서 보여주니 계속 기억에 남더라."
-'국민 유격수'라는 호칭이 붙을 만큼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처음 프로에 왔을 때 이런 별명은 생각도 못했다. 첫 목표는 꾸준히 잘하는 선수, 그러다가 조금씩 욕심이 생기면서 유격수 포지션에서 최고가 되자는 목표도 생겼다. 꾸준히 성적이 좋아지고 대표팀에도 뽑히고, 야구하는 동안 영광스러웠다.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를 계기로 '국민 유격수'라는 별명이 생겼고 이후에도 이런 말을 들었다. 야구 하면서 나도 '한 시대에 획을 그었구나. 야구하기를 잘했구나. 내 인생에서 야구가 아닌 다른 걸 했다면 국민이 들어가는 별명을 얻을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티 팬도 없었던 것 같은데.
"스포츠는 승부를 내야 하지만 매너를 갖고 경쟁하면서 이기는 걸 바라야 한다. 강정호(피츠버그)가 다친 것처럼 누구를 다치게 하면서까지 하면 안 된다. 유격수는 병살 플레이를 할 때 스파이크로 주자를 다치게 할 수도 있는데 실력 대 실력으로 붙어 이겨야지 꼼수를 쓰는 건 안 맞는다. 프로는 스스로 자기 관리나 이미지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지도자로 새 출발하는 포부는.
"내야수들이 아직까지 공격 쪽에 신경을 많이 쓴다. 하루 호수비를 2개 해 기분 좋은 것보다 홈런 2개 치는 걸 더 좋아한다. 물론 구단마다 고과 시스템이 다를 수 있지만 선수들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 상대 타자 분석은 투수만 하는 게 아니라 야수들도 타자를 공부해야 한다. 나도 처음 프로에 왔을 때 그렇게 공부를 한 결과 성공했다. 예전에는 한 가지만 잘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했는데 지금은 여러 가지 잘 해야 살아남는다. 이런 것들이 쌓이면 본인에게 얼마나 큰 장점이 되는지 모른다. 지도자로서는 공격과 수비 모두 열심히 공부하는 선수들이 있어야 활용폭이 넓어진다."
인천=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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