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U+ 권영수ㆍKT 임헌문 CEO
“불공정… 통신료 대폭 오를 것”
SKT “아전인수격 해석” 반박
SK텔레콤의 케이블TV 1위 업체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이 통신업계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경쟁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이 인수를 반대하며 날 선 비판을 쏟아내자 SK텔레콤이 강력 반발하면서 연초부터 통신업계에 상호 비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 14일 취임 후 처음 가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통신은 경쟁 구도가 정해져 있고 업체도 세 곳뿐이라 웬만해서 적자가 나지 않는 굉장히 좋은 사업”이라며 “SK텔레콤은 이번 인수를 통해 땅 짚고 헤엄치는 식으로 더 편하게 사업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에서 사장을 지내며 디스플레이와 전지사업을 세계 1등으로 키운 권 부회장은 지난해 12월부터 이상철 전 부회장의 뒤를 이어 LG유플러스 수장을 맡고 있다.
이날 권 부회장은 향후 전략이나 목표 소개보다 SK텔레콤을 공격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았다. 이 사안이 그만큼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SK텔레콤이 업계 1위인 이동통신에 자회사 SK브로드밴드에서 제공하는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IP)TV, CJ헬로비전의 케이블TV까지 묶어서 결합상품이라는 명목으로 끼워팔기를 하면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유료방송 시장에서 지배력이 커져 이용료를 대폭 올릴 수 있다”며 “경제학자들에게 의뢰해 분석한 결과 합병 후 3년 내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점유율이 49.6%에서 54.8%, 초고속인터넷 점유율은 25.1%에서 40%로 급등해 시장 경쟁이 제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보다 앞서 임헌문 KT 신임 사장도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에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자신도 속이고 남도 속인다는 뜻의 ‘자기기인(自欺欺人)’에 빗대 비판했다. 그는 “SK텔레콤이 자기 밥그릇을 지키려고 남의 밥그릇을 깨뜨리려 한다”며 “스스로도 믿지 않는 말과 행동으로 남을 속이려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경쟁업체들의 잇단 공격을 받은 SK텔레콤도 그 동안의 침묵을 깨고 16일 긴급 언론브리핑을 열어 반격에 나섰다. 윤용철 SK텔레콤 홍보실장은 “현행법상 업체가 유료방송 요금을 임의로 인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고 요금이 오르면 가입자가 대규모 이탈할 것”이라며 “객관성이 떨어지는 분석 결과로 시장 경쟁 제한 운운하며 아전인수격 해석과 주장을 반복하는 경쟁사 행태에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통신업체들이 진흙탕 싸움이라는 비판을 각오하면서도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는 것은 각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해 정부의 합병승인 심사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다. 현재 합병 승인 여부를 검토 중인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 부처는 상반기 중 결론을 낼 예정이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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