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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47%만 “행복하다”… 조사 4개국 중 꼴찌

입력
2016.01.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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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84%, 일본 54%... 1등 행복국가 덴마크는 68%

이혼ㆍ사별 후 불행지수도 한국이 42%로 월등히 높아

한국인 10명 중 5명 이상은 자신이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과 일본, 덴마크, 브라질 4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일보의 국제비교 조사 결과 한국인은 ‘최근 1년 동안 스스로 어느 정도 행복하다고 느끼셨습니까’라는 질문에 46.8%만 행복하다고 답했다. 비교 대상 4개국 중 가장 낮다. 일본 응답자는 54.4%가 행복하다고 답했다. 반면에 정치,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는 브라질은 행복하다는 응답자가 84.6%에 달했다. 1등 행복국가로 꼽히는 덴마크는 68%가 행복하다고 답했다.

유엔 세계행복지수 순위에서 소득 수준에 비해 행복지수가 낮은 한국(47위ㆍ1인당 국민소득 2만8,338달러) 일본(46위ㆍ3만3,223달러)과 낙천적 기질 영향으로 소득 수준에 비해 행복지수가 높은 브라질(16위ㆍ9,312달러)의 행복도 경향이 이번 조사에서도 보여지는 셈이다. 설문에 대한 반응 태도 등 동아시아와 남미의 문화적 기질은 유엔 세계행복리포트에도 언급될 정도로 상반된다. 덴마크(3위ㆍ5만2,822달러)는 ‘행복(happiness)’이라는 말의 어감이 다른 나라와 다소 차이가 있어 일반 설문에서의 행복감 수치가 여러 행복 요인을 종합한 행복지수만큼 높지 않다고 한다. 10점 척도로 평가한 행복도에서는 브라질(7.4점), 덴마크(6.4점), 한국(6.0점), 일본(5.7점)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 가족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건강 ▦경제적 상태 ▦가족 ▦주거환경 및 생활환경 ▦ 노후생활준비 ▦직장 학교 등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단 ▦주변 친구와 동료 등 7개 항목으로 이뤄진 삶의 질과 사회적 관계 만족도에서 한국은 가족에 대한 만족도가 7.4점으로 4개국 중 가장 높게 나왔다. 불만족으로 응답한 사람은 6.6%밖에 되지 않았다. 나이가 어리고 학력이 높을수록, 소득이 높고, 자녀가 있을수록 만족도가 높았다. 덴마크, 브라질도 7점 안팎의 높은 수준을 보였지만 일본은 5.7점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진미정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한국은 사회복지가 열악한 시기를 오래 거치면서 당면한 모든 사회 문제를 가족 안에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했다”며 “여전히 공적 영역에 대한 신뢰도가 워낙 낮아 가족을 최후의 의지처로 여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경우 노후생활 준비에 대한 만족도(4.8점)는 일본(4.2점)과 함께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한국인은 생활하면서 가장 불안을 주는 요소로도 역시 노후준비를 꼽았다.

한국인은 자신의 건강과 주변 친구, 동료에 대한 만족도에서 4개국 중 상대적으로 높은 편에 속했다. 건강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 비율은 8.2%에 불과해 30%에 가까운 일본과 덴마크에 비해 양호했다. 그러나 건강 만족도 비율은 소득 최상위 계층(87.6%)이 최하위 계층(40.7%)보다 훨씬 커 심한 빈부 편차를 보였다.

브라질과 덴마크는 삶의 만족도와 사회적 관계 전반에서 대체로 높은 수치를 보였지만 일본의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20년 불황의 영향이 큰 탓으로 해석된다.

한국의 20대 ‘수저 계급론’ 인식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으로 우리 20대는 절반 이상(52.5%)이 부모를 꼽았다. 일본(20%), 브라질(27.8%), 덴마크(11.4%)와 비교하면 부모 의존도가 확연히 크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른바 ‘수저 계급론’을 한국 청년층이 특히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대학생 오주환(25)씨는 “한국에선 부모가 축적한 경제상황이 자식에게 미치는 정도가 유독 큰 것 같다”며 “흙수저ㆍ금수저 비교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고 말했다. 전 세대에서 ‘배우자나 애인’을 꼽은 비율은 한국(44.6%)이 가장 높았고 일본과 덴마크도 40% 안팎으로 조사됐다. 성별로 구분하면 남성은 배우자나 애인을, 여성은 자녀를 행복에 영향을 주는 사람으로 많이 꼽았다.

행복에 가장 중요한 필요조건으로는 한국인은 건강(32.9%)을 첫 번째로 꼽았지만 화목한 가정(27.3%)과 경제적 여유(20.9%)도 중요시했다. 다른 나라 국민들도 세 가지 조건에 공통적으로 높은 반응을 보였지만 차이는 있다. 덴마크는 경제적 여유를 행복조건으로 인식한 비율이 우리의 절반 수준(11.6%)에 불과해 훌륭한 복지제도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혼ㆍ사별, 한국만 유독 낮은 행복감

결혼 여부에 따른 행복도에서 한국의 경우 이혼ㆍ사별한 사람들 가운데 행복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42.1%)이 기혼자(10%) 및 미혼자(15.9%)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나머지 3개국의 경우 이혼ㆍ사별이 행복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이 10~20%대인 점에 비춰 놀라운 수치다. 사회적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문화적 환경과 경제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혼ㆍ사별한 한국인들은 주거환경이나 건강 가족 경제적 상태에 대한 불만족 또한 기혼자보다 3배 이상 높았다. 노후준비도 10명 중 7명이 불안하다고 느껴 거의 전 분야에서 삶의 만족도가 매우 낮았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불행은 갑작스런 사고처럼 외부 영향을 많이 받지만 행복은 주로 내면에서 온다”며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개인 행복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공동체적 인간관계 형성 등 마음을 나누는 적극적인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ankookilbo.com

김소연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도움말 주신 분]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김병섭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김은주 연세대 교육대학원 교수

배영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

유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정태석 전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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