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ss Use of Articles and Gender (관사와 성구별의 감소)
최근 한국의 야당 명칭으로 ‘The Minjoo’라는 약칭이 등장했다. ‘민주’라는 보통 명사 앞에 정관사를 붙여야 ‘고유 명사’가 된다는 것은 상식이지만 영어의 본고장 영국에서는 그 반대 현상이 있다. 영국의 경우 정당 표기에서 ‘the Tory Party’ ‘the Greens’ ‘the Conservatives’ ‘the Liberals’처럼 정관사 the가 붙는 것이 전통인데 노동당은 그렇지 않다. ‘노동당은 국방비를 감축하고자 한다’는 발표에서도 ‘the Labour’대신 ‘Labour would reduce the defence budget’식의 문장을 사용한다. 문장 첫머리의 대문자 Labour가 보통 명사 ‘노동’인지 ‘노동당’인지 알 수가 없고 전통의 기준으로 보면 분명한 오류인데 당사자가 the를 생략하려는 것을 두고 아무도 시비를 걸지 않는다.
우스개 소리로 ‘미합중국’이라는 나라가 요즘 같은 시대에 나왔다면 맨 앞에 ‘the’가 빠진 채 ‘United States’가 되었을 것이라는 농담이 있다. 또한 각 대학의 명칭 중에도 유사한 현상이 있는데 ‘University of Michigan’이나 ‘University of Pennsylvania’ ‘University of Florida’ 등에서도 원칙적으로 각기 the가 필요하지만 일상적인 용례에서는 빠진 채 사용되고 있다.
정관사는 ‘구체적이고 정확한 지칭을 위해’ 일반 명사와 구별하기 위해 시작된 용례인데 영어에 이런 용례가 너무 많다 보니 the가 빠졌을 때 오히려 고유성이 돋보인다. Ink라는 일반 명사 앞에 ‘The Ink’라는 상표명을 내세운다면 나머지 잉크 상품과 차별성을 강조하기보다는 거부감이 더 생기는 것도 the의 사용을 줄이는 이유가 된다.
프랑스 대학원생이 미국 친구에게 자신의 영어 논문을 수정해달라고 할 때에도 the나 a의 사용에서 거의 대부분 오류가 나온다. 영어의 관사는 유럽인들에게도 어렵다는 증거이며 이 때문에 관사의 사용을 꺼리게 된다. 러시아어에는 관사 개념 자체가 없기 때문에 영어 사용에서 애를 먹고 있고 한국인도 마찬가지다. 학계에서도 영어의 관사 a와 the의 사용 빈도가 점점 줄고 있다는 보고를 꾸준히 내놓고 있다. 영어의 원어민 숫자보다는 비영어권 사람들의 숫자가 많아지고 있어 관사가 어렵게 느껴질 때 이를 빼먹거나 생략하는 사례가 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the의 생략 현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Twitter나 일상 구어 그리고 언론 매체의 관습에서 오랜 세월 소리 없이 대중화된 것이다. 신문 잡지의 제목(headline)에서 관사나 한정사 등이 과감히 생략되자 요즘에는 이를 시비하지 않고 그럴 수 있다는 것이 대중적 인식이다. 제목 특성과 공간 제한이 이유이지만 관사의 생략이 가능해진 것이다. 독일어와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에서 명사의 남녀 성구별이 감소하고 있는 것까지 참조한다면 이들 기능어와 형식어의 생략은 앞으로도 점점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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