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가가 연일 하락세다. 국제 유가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통제를 벗어난 중국 금융시장은 세계 경제의 뇌관이 되고 있다. 유가 회복도 현재로선 요원해 보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최악의 상황이 다시 닥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 글로벌 경제의 '뇌관'이 된 중국
중국이 글로벌 경제의 '뇌관'이 됐다. 글로벌 증시 위축, 국제 유가 하락의 중심에 중국이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부채 증가를 통한 성장으로 세계 경제를 이끌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작년 중반까지 신흥국 기업들이 발행한 전체 회사채 규모는 23조7,000억 달러였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6조 7,000억 달러를 중국 기업이 발행했다. 세계적 경영컨설팅 업체인 맥킨지에 따르면 중국의 총 부채는 2014년 중반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282%다.
중국의 성장이 멈추고 이 채권들이 순식간에 부실화되면 세계 경제는 2008년과 같은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세계적 신용평가기관 무디스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세계 채무불이행 건수는 108건으로 전년보다 약 2배나 급증했다. 무디스는 올해도 역시 채무불이행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유ㆍ가스, 금융ㆍ광업 부문이 불안한 데다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를 원인으로 꼽았다.
2008년 이후 세계 경제를 이끈 중국의 경기 침체가 가시화 되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증시 추락은 이를 반영한 결과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전 세계 시가총액은 57조 6,281억 달러로 2013년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 들어 2주만에 세계 주요 증시에서 6조 6,913억 달러가 사라졌다.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5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올 들어서만 18.03% 하락했다. 범유럽지수인 스톡스유럽600지수는 작년 4월 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졌고 미국 다우지수도 올 들어 8.2% 빠졌다. 블룸버그 집계 대상인 45개국 증시 중 전고점 대비 20% 넘게 하락한 곳이 절반이나 됐다.
중국 경기 침체는 공급과잉과 맞물려 국제유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이다. 중국 경제가 위축되면 석유 수요가 감소할 수 밖에 없다. 국제유가는 작년 한해 배럴당 약 100달러 수준에서 20달러 선으로 뚝 떨어졌다. 올 들어 2주 만에 또 20%나 추락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가파른 하향세다.
공급과잉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의 셰일가스나 셰일석유와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석유 생산을 줄이지 않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각자의 이해관계를 앞세우며 감산 합의에 실패했다. 핵무기 개발 의혹을 샀던 이란이 경제 제재 해제와 함께 석유 판매에 나서게 되면 공급은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란은 세계 4위 산유국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한국, "2008년보다 상황 더 안 좋아"
저유가는 산유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산유국은 자금난에 빠졌고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은 해외 자본 이탈과 건설 수주량 감소에 직면하고 있다.
자금난을 겪는 산유국들이 신흥국에 투자한 자본 회수에 나서는 동시에 조선ㆍ건설ㆍ플랜트 등의 발주를 줄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 보유 주식의 시가총액 비중이 28.71%(403조1,218억원)로 떨어졌다(14일 종가 기준). 2009년 이후 최저치이자 4년 만에 29%선이 무너졌다. 유가 폭락에 따른 오일머니 이탈, 위안화 약세에 따른 원화 약세가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의 해외건설 수주액도 대폭 줄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작년 12월 초 기준 해외건설 수주액은 약 409억5,700만 달러로 전년도 같은 기간(595억6,000만 달러) 대비 31.3%나 급감했다. 특히 중동 지역 수주액은 무려 52%나 줄었다.
한국 수출의 58%가 신흥국에 집중돼 있다. 저유가 직격탄을 맞은 이들 국가로의 수출은 앞으로 더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2%에서 3.0%로 낮췄다.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저유가가 지속되면 세계 금융ㆍ외환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저유가로 경기 침체를 겪는 신흥국이 다시 수출 부진을 겪게 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이 처한 상황 역시 2008년과 비교해 더욱 복잡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의 진원지는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촉발 된 미국이었다면 현재 위기의 진원지는 중국을 중심으로 산유국과 신흥국 등 세계 여러 곳에 퍼져 있어 더욱 안 좋은 상황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한국 경제는 글로벌 위기상황과 함께 가계부채, 내수침체 등 국내문제까지 겹쳐 있어 2008년보다 더욱 위험해 보인다"며 "정부의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환 기자 spam00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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