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월 접고 긴장… 亞정세 요동 전망
대미, 대일 정책 행보 이목 속
“양안관계 큰 변화 없을 것” 관측도
양안(兩岸ㆍ중국과 대만)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대만 총통 선거에서 대만 독립 성향이 강한 민진당이 차기 총통은 물론 국회 과반수까지 차지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곧 바로 “어떠한 형태의 분리 독립 세력도 용납하지 않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양안 긴장이 고조되며 아시아 정세가 또 한번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포문을 연 것은 대만이다. 16일 치러진 총통 선거에서 압도적 표차로 승리한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 주석은 이날 밤 당선자 자격으로 가진 첫 내ㆍ외신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어떤 식으로든 압박하면 양안 관계의 안정을 해치게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대만의 민주주의 체제와 국가 정체성, 국제적인 활동 공간은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며 “양안은 서로 대등한 존엄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대만의 새 지도자가 취임 일성으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향해 외압 중지를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차이 당선자는 특히 “대만은 국제 사회의 일원”이라며 앞으로 국제 무대에 적극 나서고 대만만의 목소리를 낼 것임을 예고했다. 이는 중국이 ‘하나의 중국’원칙을 내세워 대만의 국제적 활동을 제약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도전장을 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중국은 이날 밤 늦게 반격성 성명을 내 놨다.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은 성명에서 “어떠한 형식의 대만 독립 분열 활동에도 결연하게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성명은 “지난 8년간 양안은 ‘92공동인식’(九二共識·1992년 ‘하나의 중국’이란 원칙 아래 각자의 명칭과 해석을 수용하기로 한 합의)과 ‘대만독립’에 반대하는 정치적 토대 위에 평화로운 발전의 길을 걸었다”며 “이는 어렵게 이뤄온 것으로 앞으로 더욱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 외교부는 일찌감치 다른 나라까지 단속하는 모양새다.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라며 “세상에는 단 하나의 중국만이 있다”는 이야기부터 꺼냈다. 그는 “대만 지역의 선거 결과가 이러한 기본 사실과 국제 사회의 인식을 바꿀 순 없다”며 “대만 섬 안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더라도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킬 것이며 ‘대만독립’, ‘두 개의 중국’, ‘일중일대'(一中一臺·하나의 중국과 하나의 대만) 등에 대한 반대 입장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총통 선거 결과가 나오자 마자 양안이 기싸움을 벌인 것은 앞으로 관계가 순탄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특히 차이 당선자의 드라이브가 주목된다. 사실상 국민당의 친중 정책에 염증을 느낀 대만의 여론을 업고 승리한 차이 당선자로서는 중국에 절대 양보하는 태도는 취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그는 그 동안 중국이 양안 관계의 기초로 내세우고 있는 92공식을 공식 인정하지 않는 등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리덩후이(李登輝) 정부 당시 양안 관계를 ‘특수한 국가 대 국가 관계’로 규정한 양국론을 입안하는 데 관여한 적이 있다는 사실은 차이 당선자의 속내를 엿보게 해 준다.
차이 당선자의 향후 대미, 대일 정책도 눈 여겨볼 대목이다. 그는 이미 지난해 미국과 일본을 방문, 눈도장을 찍었다. 중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미국과 일본을 끌어들여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미국이 대만 총선 직후 곧바로 환영 성명까지 내면서 향후 미중 간 그레이트 게임(Great Game)에서 대만의 역할도 주목된다.
그러나 양안 관계가 급격히 악화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만은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과 관계가 악화할 경우 당장 대만 경제가 타격을 받는다. 류멍쥔(劉孟俊) 중화경제연구원 중국연구소 제1연구소장은 “차이 당선자가 대륙위원회 주임(우리의 통일부장관)을 지낼 때 대만 진먼다오(金門島)와 중국 간 교역이 개시되는 등 양안 관계가 발전한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타이베이=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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