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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용후핵연료 해법, 새 틀이 필요하다

입력
2016.01.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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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쁜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해야 할 연초에 들려온 북한 핵실험 소식은 올해 대한민국이 여러 면에서 쉽지 않은 해가 될 것 같다는 징조처럼 들려 마음이 불편하다. 우선 4월에 총선이 있어 많은 관심이 선거에 몰리며, 시급히 해결해야 할 각종 어젠다와 이슈들이 뒷전으로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 자칫 중요한 문제들의 해결책이 합리적으로 결정되지 않고 인기 영합적인 정치적 수사에 의해 잘못된 방향으로 어긋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이런 시점에 우리사회의 틀이 적정한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점검해, 필요하다면 방향타를 바로 잡아야 한다. 해결되지 않은 오래된 문제가 있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국내에서 가동 중인 24기의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전 후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는 지난 37년간 해결 못한 해묵은 문제다. 1978년 고리 1호기가 발전을 시작한 이래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손이 닿지 않아 시원하게 긁을 수 없는 등의 가려움처럼 신경을 쓰이게 해왔다. 우리나라는 사용후핵연료가 매년 약 750톤 정도 발생해 이를 각 원전 내 습식저장 또는 건식저장 방식으로 임시저장고에 보관해 왔으나 현재 저장용량 대비 70% 이상 차 있는 실정이다.

운전기간이 가장 오래된 고리 원전 등 오래된 원전 내에는 사용후핵연료가 지나치게 조밀하게 저장돼 있다. 저장공간이 아직 여유가 있는 원전으로 이송하는 등 임시방편을 사용하더라도 2019년 월성원전부터 차례차례 임시저장고가 가득 찬다. 경주 중저준위방폐장 부지선정과 준공에만 29년이 소요된 사례를 감안하면,사용후핵연료 처리 결정 시기와 방법 결정은 이미 그 적정 시기를 놓친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지만 쉽게 답을 찾을 수 없는 과제다. 고도성장에 대한 거래비용이자 당연히 부담해야 할 현세대의 빚이지만 국민들은 무관심했고 정부는 결정을 못하고 미루어 왔다.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순수하게 문제의 본질만을 바라보는 시각과 해결 의지가 필요하다. 정치 논리와 진영 논리가 개입되면 문제 해결의 본질이 흐려지고 엉뚱한 결론을 얻기 십상이다. 이 같은 낡은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친원자력, 반원자력의 문제가 아닌 현재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정확히 인식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중지를 모아야 할 때다.

세계적으로도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은 난제다. 미국의 경우 유카 마운틴을 최종 처분장 부지로 선정하여 처분을 추진하였으나 2010년 철회했다. 프랑스와 일본은 대표적인 재처리 정책 추진 국가다. 현재 스웨덴과 핀란드만이 2020년대 운영을 목표로 직접 영구처분장 부지를 선정했다.

이와 같은 국제 정세 속에서 지난해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안이 발효되었다. 이를 통해 사용후핵연료의 폐기물량과 독성을 대폭 저감할 수 있는 파이로 프로세싱 기술을 집중적으로 연구개발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관점에서도 새로운 틀이 필요하다. 기존의 직접 처분이나 습식 재처리 후 처분이라는 낡은 틀에 더 이상 매여 있으면 안 된다. 정부가 올해 사용후핵연료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할 계획인데, 이 계획에는 기술발전을 고려한 열린 방식이 담겨야 한다. 선진국에서 배우되, 우리의 현실적 조건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새로운 틀로 접근하되, 당장 눈앞에 다가온 월성 건식저장시설의 확충문제에 대해서도 분명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추진할 힘은 사회와 국민적 관심에서 비롯된다. 국제사회가 경고했듯이 자국, 당대, 모두의 책임인 사용후핵연료 관리문제에 너와 내가 따로 없다. 오래된 것이 반드시 낡은 것은 아니다. 과거에서 지혜를 배워 새로운 미래를 만든다. 지금까지의 낡은 방식을 반면교사 삼아 사용후핵연료 관리 문제라는 해묵은 과제는 유연하고 새로운 접근으로 해법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장순흥 한동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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