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이 편법으로 청와대에 파견을 갔다가 바로 검찰 요직으로 복귀하는 관행도 공고하게 자리잡아 정권의 검찰권 장악과 독립성 훼손을 조장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검사의 외부기관 파견제한’을 내걸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검사들이 사표를 내고 청와대로 갔다가 다시 재임용 형식으로 검찰에 복귀하는 편법이 굳어지고 있다.
법무부가 지난 13일자로 단행한 560명의 고검검사급 인사에 따르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밑에서 근무한 권정훈(47ㆍ사법연수원 24기) 민정비서관이 법무부 인권국장에 임명됐다. 법무부 인권국장은 검사장 승진 1순위이고 해외와의 업무 연계도 많아 검사 대부분이 선호하는 요직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한 이영상(43ㆍ29기) 검사는 범죄첩보를 수집하는 대검 범죄정보1담당관으로 임명됐다. 범정1담당관의 경우 각종 수사ㆍ범죄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청와대 민정수석 밑에서 일하던 검사가 곧바로 이 자리를 맡을 경우 청와대의 검찰 수사 통제와 정권 하명수사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들과 청와대에서 근무한 박태호(43ㆍ32기), 박승환(39ㆍ32기) 검사도 각각 대검 검찰 연구관, 서울서부지검 검사로 보임됐다. 대검과 재경 지검 역시 일선 검사들이 선호하는 근무지이다.
이전에는 청와대에 파견됐다 복귀하는 검사들은 최소한 복귀 첫 인사에서는 한직으로 발령 나는 경우가 많았다. 2013년 초 검찰에 사표를 내고 청와대로 간 이중희(49ㆍ23기) 전 민정비서관도 2014년 5월 복귀하기는 했지만 서울고검으로 요직은 아니었다. 즉 이번 인사에서는 ‘청와대 파견 우대’가 더욱 노골화한 셈이다.
1997년 개정된 검찰청법은 검사의 대통령 비서실 직위 겸직이나 파견을 금지하고 있다. 검찰의 독립성을 해친다는 비판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사표제출→청와대 근무→검찰 재임용’이라는 편법이 법의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
또 이번 인사에서 의원면직된 검사 13명 가운데 윤장석(46·25기) 대구고검 검사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비서관으로 근무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김종현(41·33기) 서울남부지검 검사, 김도엽(39·33기) 대검 검찰연구관, 최재훈(41·34기) 법무부 형사기획과 검사 등이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하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또한 나중에 검찰 요직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박주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위해 검사의 청와대 파견을 금지한 개정 검찰청법과 박근혜 대통령 공약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청와대 파견 검사들을 검찰에 복귀시키는 것도 모자라 요직에 배치함으로써 일선 검사들에게 ‘청와대 말을 잘 들으면 요직으로 잘 나가게 해준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며 “청와대가 검사들로 하여금 권력을 향해 줄 서기를 하라는 가장 효과적인 검찰 통제방법을 노골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가온 총선과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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