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이 빚은 한국 현대사의 비극 한가운데를 걸어온 시대의 지성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15일 오후 9시 30분께 암으로 별세했다. 75세.
경남 밀양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경제학과와 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숙명여대 경제학과 강사를 거쳐 육군사관학교 경제학과 교관으로 있던 중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 수감됐다. 1, 2심에서 사형, 최종심에서 무기징역형을 받고 20년여 복역하다 1988년 8월 15일 특별가석방됐다.
1989년부터 성공회대에서 경제학을 강의했으며, 출소와 동시에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옥중서신이 특유의 융숭한 사유와 곡진한 문장으로 고전에 올랐다. 2006년 성공회대에서 정년퇴임 후 석좌교수로 있으며 약 25년간 이 대학에서 강의했다. 지인들에 따르면 고인은 2014년 희귀암 흑색종 진단을 받아 그 해 겨울 학기를 마지막으로 특강을 제외한 강의를 중단하고 투병해왔다. 국내에 치료약이 없어 임상실험약을 써 고통을 견뎌왔지만 최근 상태가 급격히 악화했다.
저서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 숲’ ‘변방을 찾아서’ ‘강연’ ‘담론’ 등이 있으며, 서화집 ‘처음처럼’도 특유의 단정하고 선이 굵은 필체로 큰 사랑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유영순(68)씨와 아들 지용(26)씨가 있다. 빈소는 성공회대에 마련되고 장례는 성공회대 학교장으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발인은 18일 오전 11시이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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