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올해 슈퍼볼 광고의 트렌드
미국풋볼리그(NFL) 플레이오프 결승전, 이른바 ‘슈퍼볼(Super Bowl)’ 경기가 열리는 슈퍼 선데이(Super Sundayㆍ올해는 2월 7일)를 전후한 한 달여는 미국 TV방송 업계에 있어선 그야말로 1년 중 가장 뜨거운 ‘빅 시즌’이다. 매년 전 세계 2억 명 이상이 지켜보는, 단일 프로그램으로는 가장 많은 시청자가 몰리는 슈퍼볼 경기 동안 지난해 기준 무려 3억4,500만 달러(약 4,153억원)의 광고시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특히 50번째 슈퍼볼의 향방을 가리는 올해 슈퍼 선데이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시청자와 광고물량(업계 추산 5억 달러 이상)이 급증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식축구의 전통적 강호인 샌프란시스코 49ers의 홈 구장 리바이스(Levi’s)스타디움에서 내달 7일 오후 6시 30분(미 동부시간) 킥오프 되는 슈퍼볼 게임의 진짜 승부는 그라운드가 아닌 광고가 등장하는 전광판과 TV화면에서 벌어질 것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슈퍼 선데이를 가득 메울 올해 광고주들의 물량 공세와 광고기법의 최첨단을 경험하게 해줄 예상 트렌드를 미리 살펴봤다.
“1분에 1,000만 달러라도 사겠다”
슈퍼볼 경기는 총 4쿼터(1쿼터는 15분)와 하프타임 20분으로 이뤄지지만 워낙 몸싸움이 치열하고 작전타임이 많이 주어지기 때문에 3시간을 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광고에 통상 주어지는 시간은 이중 대략 50분 내외. 1사당 30~60초짜리 광고 1개를 집어넣는 게 일반적이어서 슈퍼볼에 ‘명함’을 내미는 기업들은 보통 50개 가량. 50번째 슈퍼볼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올해 슈퍼볼 광고 경쟁은 어느 해보다 치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슈퍼볼 방송을 주관하는 미 CBS에 따르면 지난달 초 기준으로 이미 예정된 광고 타임은 모두 팔려나갔다. 미국의 광고전문매체 애드에이지(AdAge)는 “마감 이후 한 영화제작사 측에서 개봉을 앞둔 대형 영화 홍보가 급하다며 CBS에 2타임(2분)을 살 수 없느냐고 긴급제안을 해왔다”라고 전했다. 이 영화제작사가 이른바 ‘마감 세일’의 기회를 잡았는지 알려지진 않고 있지만 제시된 광고 가격은 1,000만 달러를 크게 웃돌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계산이다. 레슬리 문베스 CBS 최고경영자는 지난해 여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50번째 슈퍼볼 방송 광고 가격에 대해 “30초 기준으로 500만 달러 이상이 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슈퍼볼 광고 가격은 지난해(30초 당 약 450만 달러)보다 11% 정도 오를 것이라는 게 통상적인 예측이다. 2006년(30초 당 250만 달러)과 비교하면 올해 슈퍼볼 방송 광고 가격은 10년 새 100%나 치솟는 셈이다.
미 언론들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올해 슈퍼볼 광고에는 뷰익, 콜게이트, 페이팔, 선트러스트, 그리고 LG전자가 데뷔한다. 올레드(OLED)TV를 광고하는 LG전자의 슈퍼볼 광고는 영화 ‘에일리언’, ‘마션’등을 감독한 리들리 스콧과 제이크 스콧 부자가 제작했다. 이들 부자는 애플, 버드와이저 등의 슈퍼볼 광고를 만들어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는 ‘베테랑’이다. 지지율이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미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도 슈퍼볼 광고주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슈퍼볼의 오랜 단골로 불리는 도리토스, 기아자동차, 펩시 등도 영상광고들을 작년에 이어 내놓는다. ?
“감동적인 광고보다 웃기는 광고가 효과적”
유에스에이(USA)투데이에 따르면 슈퍼볼 광고가 전파를 타는 슈퍼 선데이 다음 날 통상 광고주 홈페이지 방문자 수는 이전과 비교해 50%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눈에 확 띌 정도로 광고 효과가 나타난다는 얘기이다. 투자비용이 높지만 그만큼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므로 광고주는 어떤 광고보다 슈퍼볼 광고의 트렌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까지 2년 동안 미국 소비자들의 가장 많은 관심을 끈 슈퍼볼 광고로 꼽히는 맥주 브랜드 버드와이저 광고에는 집 잃은 강아지 스토리가 등장했다. 맥주와는 동떨어져 보이는 콘셉트이지만 반려동물은 아기와 함께 성별ㆍ세대를 막론하고 가장 잘 소구하는 소재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버드와이저는 올해 강아지를 광고에서 빼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예상만큼 돈이 되지 않아서’이다. ?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이처럼 유행에 민감한 광고주들이 올해 슈퍼볼 광고에선 눈물샘을 자극하거나 감동을 자아내는 스토리보다는 코믹하고 웃음을 주는 이야기를 주로 선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문은 지난해 보험회사인 네이션와이드(Nationwide)가 선보였던 광고를 예로 들면서 “올해의 슈퍼볼 광고 50개는 대체로 지난해보다 가벼운 분위기를 띠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보험회사 광고는 사고로 사망한 아이의 이야기를 다뤄 방송 직후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해엔 이 밖에 코카콜라가 사이버 ‘왕따’를 광고에서 담아냈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광고대행사인 SS&K의 브래들리 카이 대표이사는 “지난해 대부분 시청자가 네이션와이드 광고를 보고 불편한 심정을 느꼈을 것”이라며 “슬픈 광고를 선호하는 때가 있는가 하면 코미디가 인기를 얻는 때도 있어 이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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