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9년 전 발생한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기소한 아더 존 패터슨(37ㆍ사진)에 대해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심규홍) 심리로 15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선량한 대학생이 사망한 이 사건으로 가족의 행복이 치명적으로 파괴된 사건으로 그 잔혹성도 정말 악마적이라 할 것”이라며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이유 없이 재미로 (흉기로) 찔렀고, 지금까지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유족이 19년간 겪은 고통에 비하면 20년형이 적다는 지적도 있지만, 현행법상 패터슨에게는 징역 20년형이 적용할 수 있는 법정 최고형이다. 범행 당시 패터슨이 만 17세로 미성년자여서 우리나라 소년법 적용(최고 15년)을 받지만, 살인 혐의라서 특정강력범죄처벌법상 20년까지는 형을 올릴 수 있다.
검찰은 “법정에서 태연하게 방청객처럼 재판을 보는 모습은 가증스러운 ‘양두구육(羊頭狗肉)’의 모습”이라며 패터슨을 향해 거친 말들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화장실 세트를 재현해 패터슨의 주장을 검증한 결과 피고인이 진범임이 더욱 분명히 확인됐다”며 “사건 전후 정황으로 봐도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유족에게는 “큰 고통을 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열린 피고인신문에서 패터슨은 “(살인현장에 함께 있던) 에드워드 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자신은 결백하다고 재차 주장했다.
패터슨은 1997년 4월 3일 밤 조중필(당시 22세)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직후 살인범으로 단독 기소된 에드워드 리(37)는 1심에서 무기징역, 2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 받았다가 1998년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재수사 끝에 2011년 12월 진범으로 패터슨을 기소했다. 그는 검찰이 실수로 출국금지를 연장하지 하지 않은 사이 1999년 8월 미국으로 떠나 지난해 9월 16년 만에 국내 송환돼 10월부터 다시 재판을 받았다. 선고공판은 이달 29일 오후 2시 열린다.
신혜정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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