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인 여러분,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 한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 대만은 다시 일어설 것입니다.”
15일 대만 타이베이(臺北)시에서 열린 총통 선거 마지막 밤 유세에서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ㆍ60) 후보는 “희망은 바로 우리 곁에 있다”며 이렇게 외쳤다. 수만명의 지지자는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샤오잉(小英ㆍ차이 후보의 애칭), 샤오잉”을 부르며 환호했다. 차이 후보는 “앞으로 수 많은 도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겠지만 저는 여러분과 함께 대만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고 믿는다”며 “이제 대만에게 필요한 건 단결”이라고 강조했다.
4년 전인 2012년 대선에선 고배를 마셨던 그는 16일 압도적 표차로 대만 첫 여성 총통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8년 간의 마잉주(馬英九) 총통 집권 기간 집값은 폭등한 반면 소득은 제자리에 그치면서 국민당에 대한 불만과 분노는 일찌감치 야당인 차이 후보의 압승을 예고한 상태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차이 후보의 지지도는 50%도 넘고 있다. 국민당 주석인 주리룬(朱立倫) 후보조차 이날 “국민당이 아무리 싫고 마 총통이 아무리 미워도 민주 시민의 소중한 권리인 투표까지 포기하진 말아 달라”고 유세할 정도다.
싱거운 승부가 예상되는 상황에도 차이 후보는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2004년 3월 대만 총통 선거 전날 당시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이 피격되는 충격적 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선거 결과를 뒤집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2011년 11월에도 롄잔(連戰) 전 대만 부총통의 아들 롄성원(連勝文)이 선거운동 중 머리에 총격을 받았다. 더구나 중국공산당도 최근 대만 독립 성향이 강한 민진당의 집권 가능성이 커지자 노골적 불만과 반대의 뜻을 표해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5월 베이징(北京)에서 주 주석과 만난 데 이어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에선 마 총통과 처음으로 양안(兩岸) 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친중 정책을 펴 온 국민당을 돕기 위한 선거개입이나 마찬가지였다. 일부 중국 관영매체들은 “화를 더 키워선 안 된다”며 차이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한 특단을 주문할 정도다.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발생한 이슬람국가(IS)의 테러도 대만과는 큰 관련이 없지만 불안을 키웠다. 결국 차이 후보는 13일부터 방탄 조끼를 입기 시작했다고 대만 매체들이 전했다. 유세장에 등장할 때에도 지지자들을 통과해 무대 앞으로 오르는 게 아니라 무대 뒤로 등장했다. 천궈언(陳國恩) 대만 경정서장(우리의 경찰서장 격)은 “선거가 막바지로 치달으며 2004년 피격 사건 같은 돌발적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각 후보의 신변 보호에 더욱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이미 각 후보에게 방탄복을 입을 것을 건의한 상태”라고 밝혔다고 연합만보가 전했다.
타이베이 시민들은 새 총통이 누가 될 지보다 함께 치러지는 입법의원(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당이 계속 다수당 지위를 지킬 지에 더 관심을 쏟았다. 민생을 돌보지 않은 채 지나치게 친중 정책을 편 국민당에 대한 반감이 커 국민당 소속 의원들이 대부분 고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민당이 다수당 지위를 잃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질 경우 국민당은 존폐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2019년 창당 100주년이 되는 국민당에 대한 대만인의 심판을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타이베이=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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