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 맞불 조치로 대남 전단 살포 작전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군은 특히 대형 비닐 풍선에 타이머와 자동폭발 장치까지 부착해 투하 지점의 정확도를 높이는 등 치밀한 면모를 보였다.
15일 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 12일부터 임진각 북측 지역에서 북한군이 날려보낸 대남전단이 사흘째 경기 파주와 고양 일대에서 발견되고 있다. 1만 여장의 대남전단이 들어 있는 비닐 뭉치가 주택가에 주차된 차량 위로 날라와 지붕이 뚫리는 일도 생겼다. 군 관계자는 이날 “현재까지 수거된 대남 전단은 2만 5,000여 장에 이른다”며 “누가 보더라도 단번에 북한에서 제작한 것으로 알 수 있을 만큼 전단 용지나 인쇄 수준이 조잡하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날아온 대형 비닐 풍선에는 타이머와 자동폭발 장치가 달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과 전방 지역의 상공에 도착하는 시간을 미리 입력해 놓고 자동으로 폭발시켜 살포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다만 인공위성 위치확인(GPS) 장치는 달려 있지 않았다.
북한의 전단 살포 공세에 맞서 우리 군도 대북 심리전을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미 이동식 확성기 4대를 전방지역에 추가로 투입했고, 휴전선 일대에 대형 전광판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2004년 남북 합의에 의해 철거된 전광판은 글자뿐 아니라 동영상까지 띄울 수 있어 심리전 효과가 확성기에 비해 더욱 높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우리 군이 나서서 대북전단을 날리는 행위는 비무장지대 일대에서 남북한의 적대행위를 금지하는 정전협정 위반 소지가 있어 신중하게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대신 탈북자 단체 등 민간에서 날리는 대북전단에 대해 우리 정부는 헌법적 가치인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기본권 보장 측면을 고려해 원칙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취지를 고수하고 있어 남북한 전단 살포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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