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세이건이 직접 후계자로 지목한 美 천체물리학자
시트콤‘빅뱅이론’ 등 출연하며 우주 향한 미국인 관심 불러일으켜
스페이스 크로니클
닐 디그래스 타이슨 지음ㆍ박병철 옮김
부키 발행ㆍ448쪽ㆍ1만8,000원
우주 여행을 다룬 할리우드의 사이언스 픽션(SF) 영화 ‘그래비티’ ‘인터스텔라’ ‘마션’이 한국에서도 연이어 흥행에 성공한 것을 보면, 한국이라 해서 우주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인들의 관심에는 댈 것도 못 된다. 미국은 ‘우주 문화’가 정착한 나라다. 수 차례 드라마와 영화로 변주된 우주 활극 ‘스타트렉’은 1966년, 할리우드 프랜차이즈의 대표격인 영화 ‘스타워즈’ 연작은 1977년에 시작했는데 아직까지도 팬덤의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미국인들은 자국 우주비행사가 달 표면 위를 걷는 장면을 지켜본 경험이 있다. 1960년대에 미국 정부는 연방항공우주국(NASA)의 ‘아폴로 계획’에 열성적으로 투자했고 덕분에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 표면을 걸어가며 성조기를 꽂는 장면을 전 세계 5억 명 이상의 시청자 앞에 보일 수 있었다.
물론 1960년대 미국이 우주로 나아가려 애썼던 이유는 순수한 탐구심 때문이 아니라 1991년까지 냉전 파트너였던 소련과의 경쟁 때문이었다. 소련이 무너지고 아폴로 계획이 마무리된 현재 우주를 향한 관심과 열기는 한 풀 꺾인 상황이다. 그러나 2010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경제 위기를 이유로 유인 달 탐사 계획인 ‘컨스텔레이션 계획’의 중단을 선언했다가 여론의 비난에 직면할 정도니, 미국인들의 우주 사랑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셈이다.
‘스페이스 크로니클’의 저자인 미국의 천체물리학자 닐 디그래스 타이슨은 대중을 위해 난해한 천체물리학 이론을 쉽게 풀어 설명하는 유명 방송인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과학저술가 칼 세이건이 그를 후계자로 직접 지목했기에, 1980년작 다큐멘터리 드라마 ‘코스모스’를 2014년판으로 재제작할 때 호스트를 맡기도 했다. 한국의 ‘미드’(미국 드라마) 애호가들이라면 시트콤 ‘빅뱅 이론’에 출연한 그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명왕성을 태양계 행성에서 퇴출시키는 데 앞장선 죄(?)로 그는 극중 ‘명왕성 마니아’ 쉘든 쿠퍼에게 비난을 당하고 화를 내는 연기를 펼쳤다.
천체물리학자 타이슨이 시트콤에 출연한 이유는 우주를 향한 미국인들의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다. 이 책 역시 같은 이유로 쓰였다. 타이슨은 이런 질문을 종종 받는다고 한다. “인류는, 특히 미국인은 왜 달 탐사를 계속해야 할까? 지구 상에 산적한 현안도 많은데 단순히 탐구심만으로 우주로 나아가야 할 이유가 있을까?” 타이슨의 답변은 조금 엉뚱하다.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해 인류에 큰 피해를 끼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 우주를 봐야 한다”는 것. ‘아포피스’라는 소행성이 2036년 캘리포니아와 하와이 사이에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데, 실제 충돌하게 되면 5층 높이의 지진 해일이 미국 서부 해안을 덮치고 하와이는 초토화될 것이다. 타이슨은 충돌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 목록을 만들고 이를 회피할 기술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주의 대부분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NASA는 파이어니어 10호와 11호에 혹시 조우할 지 모를 외계인에게 인류를 알리기 위한 정보를 실어놓았고,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SETI) 프로그램으로 외계인의 메시지를 탐색하고 있지만 성과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이 세계의 전부라 흔히 착각하는 지구를 완전히 이해하려면 그 지구가 속한 우주를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타이슨의 말대로 생존을 위해서 우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우주를 바라봐야 한다. 우리 자신이 우주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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