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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열의 과학책 읽기] ‘영화는 우리를 어떻게 속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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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열의 과학책 읽기] ‘영화는 우리를 어떻게 속이나’

입력
2016.01.15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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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어떻게 우리를 속이나

제프리 잭스 지음, 양병찬 옮김

생각의 힘 발행ㆍ336쪽ㆍ18,000원

인류 역사상 영화만큼 영향력 있는 대중 문화 엔터테인먼트가 있을까? 전 세계적인 블록버스터는 수억 명의 인류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영화에 심취해 울고 웃게 만든다. 그 이유는 뭘까? 제프리 잭스의 책 ‘영화는 우리를 어떻게 속이나’에 답이 들어있다.

저자는 우리가 즐겨보는 상업영화가 인간 진화과정에서 발달시킨 지각 및 인지 메커니즘에 호소하도록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 이 책의 제 1부 ‘스크린에서 머릿속까지’에서는 영화를 감상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주로 심리학과 뇌과학을 통해 설명한다. 그에 의하면 인간의 행동 및 감정 표출은 두 가지 법칙, ‘거울법칙’과 ‘성공법칙’에 지배된다. 영화는 이 원칙들을 교묘히 이용하여 우리의 행동과 감정에 개입한다.

그가 소개하는 또 다른 개념으로 ‘사건 모형’이 있다. 우리는 소설을 읽든 영화를 보든 결국 스토리로 이해하게 되는데 그것은 소설이나 영화가 전개되는 상황이 머릿속에 표상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건 모형은 스토리의 완벽한 복사본이 아니라 상당히 단순화되어 있고, 일부 왜곡될 수도 있지만 상황의 핵심만을 추려 기억 속에 요약된 기억을 의미한다. 사건 모형과 별도로 우리에겐 감정 평가 경로가 있다. 이 모든 것을 요약하면 관객이 영화를 보면서 영화 배우의 표정을 거울법칙 또는 운동법칙에 따라 흉내 내고 여기에 감정 프로그램이 적절히 가동된다. 이것이 우리 뇌의 감정 특이적 회로를 작동시키면 우리는 주관적 감정을 경험하게 되며 영화에 몰입하고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2부 ‘영화를 움직이는 트릭’은 우리가 영화를 볼 때 무의식 중에 풍부한 환상을 경험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영화가 착시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편집을 통해 별개의 장면이 이어 붙여지고 장면 전환이 이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떻게 그것을 연속적으로 느끼게 되는지를 알고 나면 무척 신기한 느낌이 든다. 영상 문법의 비밀을 터득하게 되는 것이다.

이 흥미로운 책은 단지 우리가 영화를 받아들이고 즐기는 뇌과학적, 인지적 메커니즘의 설명에 머무르지 않는다. 저자는 우리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 정보의 출처를 쉽게 혼동하는 특징이 있는데 이런 속성이 고의로 악용될 때 영화는 여론 조작의 도구나 세뇌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또 한 가지 영화의 어두운 측면은 미디어의 폭력이 실제 폭력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저자는 뉴욕시 인근의 콜럼비아 카운티에서 21년간 3차례에 걸친 장기적 실험을 통해 미디어 폭력이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입증되었다고 한다. 폭력적인 미디어나 영화를 거듭 보면써 폭력 행위에 무감각해지는데 책에 그 이유가 설명된다.

저자는 12년간 사람들에게 영화를 보여주며 뇌 속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를 연구해온 뇌과학자다. 우리도 영화와 뇌과학,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직접 읽어보고 판단해보기 바란다. 이 책은 분석 대상으로 여러 영화를 언급하고 있는데, 별도의 목록으로 정리해 실었다면 더 좋았겠다.

과학책 읽는 보통사람들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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