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으로 쫓겨나 유배 당한 것으로 알려졌던 북한 권력 2인자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3개월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최룡해 비서가 대중 외교라인의 핵심 역할을 맡았던 만큼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불편해진 북중관계 회복을 위한 구원투수로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최룡해 비서가 14일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70주년 경축행사 대표증 수여식에서 연설을 했다고 15일 보도했다. 당 비서 직책 그대로 호명돼 신상에 변동이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
장성택 숙청 이후 북한의 2인자로 군림했던 최룡해 비서는 지난해 10월 전국도대항군중체육대회에 참석하고 노동신문에 기고한 이후 11월 8일 발표된 리을설 인민군 원수 장의위원 명단에서 빠지면서 신변 이상설이 제기됐다.
우리 국가정보원도 같은 달 24일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 토사 붕괴 사고의 책임을 지고 11월 초 지방의 한 협동농장으로 추방돼 혁명화 교육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바 있다.
그러나 최룡해 비서는 지난해 12월 사망한 김양건 노동당 비서의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에 포함되면서 복권을 예고했다. 다만 명단 발표 직후 열린 장례식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새해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등에 연이어 불참해 여러 관측이 나돌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교수는 “김양건 장의위원 명단에서 정치국 위원 순번으로 들어간 만큼 복권이 확정됐지만 김양건 사망 등을 감안해 등장할 타이밍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룡해 비서가 김정은이 역점을 두고 있는 청년 분야를 여전히 맡고 있다는 점, 2013년 김정은을 대신해 중국을 방문해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만났고 지난 9월에는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하는 등 대체불가한 대중외교 라인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에서 다목적 카드로 활용될 것이란 분석이다. 양 교수는 “5월 당대회 이후 대외 대남 라인으로 본격 활동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최룡해 비서가 비교적 짧은 기간인 3개월 만에 복귀한 점을 두고 혁명화 교육을 간 게 과연 맞느냐는 의구심도 제기하고 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최룡해 비서의 복권 여부를 두고“좀 더 필요한 정보를 모아보고 판단해야 될 문제”라면서도 “혁명화라는 것은 기간이 우리 법률규정처럼 몇 년, 몇 개월 이렇게 정해진 게 없고 북측 자체 내 어떤 필요성이 충족됐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룡해 비서는 지난 2004년에도 비리 문제가 불거져 협동농장에서 혁명화 교육을 받았는데 기간은 2년이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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