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위 참여 않고 인재영입 전념
천정배와 통합 접점 모색할 듯
"야권 통합 시점 되면 당 대표 사퇴"
삼고초려를 통해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이라는 깜짝 카드를 성사시킨 문재인 더불어민주당(더민주) 대표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 동안 당내 비주류 진영을 중심으로 당 내홍 수습을 위해 문 대표 사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던 터라, 그의 거취 역시 더민주의 향후 행보에 절대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는 14일 김종인 전 의원의 선대위원장 영입을 발표하면서 “지금까지 여러 차례 앞으로 통합의 틀이 마련되면 당 대표직도 내려 놓을 수 있다고 말씀 드렸다”며 “선대위가 안정되는 대로 야권 대통합의 물꼬를 트기 위해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문 대표는 일단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는다. 김상곤 혁신위원회를 통해 만든 시스템 공천 체제를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당대표가 일절 관여하지 않는 게 옳다는 문 대표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문 대표도 이날 “우리 정치의 관행과 문화 때문에 아무리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도 결국 대표가 배후에서 좌지우지 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대표가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을 실천으로 보여주겠다”고 확인했다.
4월 총선이 90일 앞으로 다가온 선거정국에 문 대표가 선대위에 관여하지 않을 경우 당대표로서의 역할은 제한될 수밖에 없게 된다. 김성수 대변인은 “그 동안은 선대위가 꾸려지면 당 대표도 당연히 선대위에 참여했다”며 “그러나 문 대표는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고 인재영입과 야권통합을 위해 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 대표는 당분간 2선으로 물러나 외부 인재의 영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인재영입 성과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고, 영입 후보들 대다수가 문 대표의 직접 설득으로 입당을 결심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누구보다 문 대표가 직접 뛰어 외부 인재를 계속 해 공급해야 한다는 당내 분위기도 조성돼 있다.
야권통합 논의도 조금씩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문 대표는 이날 광주 등 호남을 대표하는 공동선대위원장을 추가로 임명할 것이라며, 국민회의 창당 작업을 진행 중인 천정배 의원과 야권 대통합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광주, 전남을 중심으로 의원들이 더민주를 떠나 국민의당으로 대거 이동하는 등 호남 민심이 악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표는 “(천 의원 측은) 이미 창당준비위 단계까지 가 있다”면서 “야권의 대통합 차원에서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당의 핵심 관계자는 “아직은 천 의원 측에 구체적 제안을 하지 않은 상태”라며 “그러나 지난해 양측이 통합을 위해 낮은 수준에서 논의했을 때와 비교하면 상황이 많이 달라져 좀 더 깊이 있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천 의원은 지난해 4ㆍ29 재보선 출마 때부터 ‘뉴 DJ’라는 개혁적 신진 인사 발굴을 통해 호남의 기성 정치 세력 교체를 주장해 왔고, 더민주 역시 탈당 인사들의 빈 자리를 새 얼굴로 채워야 한다. 양측 간에 통합의 공감대가 만들어 질 여지는 충분한 상황이다. 국민회의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 제안을 받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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